[미디어펜=조한진 기자] 5세대(5G) 이동통신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많은 기대속에 상용화를 했지만 품질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4세대 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에 비해 수십배가 빠르다는 데이터 송신속도를 체감하기 어렵고, 신호는 끊기기 일쑤라는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위해 5G 서비스를 강행한 측면이 적지 않다. 미국의 한 통신사가 예상보다 일정을 앞당겨 5G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지난 3일 밤 부랴부랴 개통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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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정작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5G에 대한 불신이 쌓여가는 모습이다. 이통사들 역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에만 집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5G는 미래 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수 있는 핵심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과 스마트팩토리, 가상현실(VR) 등 손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의 파생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도 막대하다. 많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 역시 5G를 차세대 먹거리로 꼽고 있다.
그러나 신기술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 기술 확산이 더뎌질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추진하려던 계획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신사업으로 기대했던 수익이 나지 않으면 기업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최초’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최초’라는 타이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초’와 ‘최고’는 엄연히 다르다. 우리 생활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과 반도체, TV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기업들은 후발 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10년 넘게 왕좌를 지키고 있다.
최근 경제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역전쟁’을 벌이고 글로벌 경제는 ‘성장률 저하’ 전망이 나온고 있다. 내수도 불안한다. 대내외 악재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혁신을 외치는 기업들의 ‘퍼스트 무버’ 전략은 중요하다. 다만 지속성장 전략 없이 ‘최초’에만 집착하면 후발 주자들에게 따라잡히는 것은 순식간이다. 한번 뒤집힌 판세를 역전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소비자들의 불신을 자초하는 일은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지름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글로벌 IT 시장은 ‘살얼음판 전장’이 형성되고 있다. 삐끗하면 물에 빠지거나 도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일본에 비해 4차 산업 기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럴 때일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
‘최초’와 ‘최고가’ 어우러진 기술과 서비스는 더할나위 없는 최상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그러나 ‘최고’가 빠진 ‘최로’로만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최초’보다는 ‘최고’를 지향해야할 상황이다. 특히 불확실성 시대에는 말이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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