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일자리 25만개 늘었다고 '자화자찬'…실상은 '세금 일자리' 뿐
"기업 성과와 무관한 일자리 없어…경제적 의미 일자리 기업이 만들어"
통계는 사회과학에서 현상이나 비교 대상을 설명하는 가장 객관적인 도구로 꼽힌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혼동하거나 상관관계를 잘못 해석하면 엄청난 오류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경제현상 분석 및 정책 수립에 있어 샘플링을 잘못한다거나, 얻고자 하는 답을 얻기 위해 분석 대상을 특정화한다면 심각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다양하게 도출되는 통계가 현상을 제대로 묘사했는지, 왜곡된 해석은 없었는지, 정확하게 분석했는지 등을 살펴봄으로써 올바른 인식 전달 및 시장경제 창달에 기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통계로 배우는 시장경제②]일자리 25만개 늘었다고? ‘세금 일자리’만 18만개

[미디어펜=조우현 기자]통계청이 지난 달 25만개의 일자리가 늘었다며 “고용 사정에 긍정·부정적인 부분이 혼재돼 있다”고 발표했다. 취업자 수가 늘고, 고용율이 늘어난 것을 긍정적으로 봐야한다는 의미다. 

다만 늘어난 일자리 중 정부 재정이 투입된 일자리가 18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돼 ‘진정한 의미’의 일자리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질의 일자리라 불리는 제조업 일자리는 줄고 있고, 직원을 고용해 월급을 주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세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는 2680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5만 명 늘어났다. 덕분에 고용률(15세 이상)은 60.4%를 기록해 3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실업률도 4.3%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문제는 정부가 언급한 ‘고용 개선’은 정부가 추진한 ‘노인 단기 일자리 사업’ 덕분에 60대를 중심으로 취업자 증가폭이 컸다는 점이다. 실제로 60세 이상 취업자는 34만6000명 증가해 통계 작성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증가 폭이 컸다. 이 중 65세 이상이 22만명이다. 

반면 한창 일 할 나이로 규정되는 40대 취업자는 16만8000명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고, 30대도 8만2000명 줄었다. 지난달 고용률은 60.4%다. 이는 3월 기준 역대 최고다. 하지만 40대 고용률은 78%로 0.6%포인트 감소하며 2018년 2월 이후 14개월째 하락 중이다.

정부가 직접 인력을 채용하거나, 세금과 기금에 의존하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도 취업자 수가 17만2000명 늘었다. 이 업종은 정부의 단기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올해 1월(17만9000명)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뒤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각종 영농정착지원금)이 투입되는 ‘농림어업’ 취업자 수도 8만9000명 증가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임금을 받지 않고 가족 일손을 돕는 ‘무급 가족 종사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 현황 /사진=통계청 제공


정부가 세금을 투입한 일자리는 증가한 반면,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은 일자리가 10만8000명 줄었다. 지난해 4월 6만8000명이 감소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직격탄으로 맞은 ‘도매 및 소매업’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에서도 취업자가 각각 2만7000명, 4만2000명 줄었다.  
  
그럼에도 정동욱 통계청 고용동향과장은 “전반적인 고용 사정이 긍정·부정적인 부분이 혼재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1∼2개월 좀 더 지켜봐야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은 세금으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증가한 것을 두고 고용 시장이 좋아지고 있다고 바라봐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우리 경제의 실상을 파악하는 지표가 좋게 나올 리 만무하다”며 “하물며 일자리 통계는 더욱 그렇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25만개 일자리가 증가했다고 자찬하는 것에 대해 “분식통계를 통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그는 “정부가 생산성과 관계없는 ‘낙엽 쓸기’ 같은 일자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이는 세금으로 만들어진 일자리일 뿐”이라며 “기업성과와 무관한 고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의미의 일자리는 기업이 잘돼야 파생된다”는 의미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농림어업 종사자 수가 늘어난 것에 대해 “최근 2년 사이에 모든 연령대에서 농림어업 취업자 수가 늘어났다”며 “지난 1999년 외환위기 때도 농림어업 취업자 수가 증가했었다. 외환위기 때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증가했지만 핵심 노동력인 30~40대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며 “농림어업 취업자 수 증가는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에서 떠밀려서 증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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