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 4배 높은 상속세…왜 2배로 알려졌을까
상속세율 65%, 세계 최고 대한민국…이대로 좋을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우리나라 상속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2배가량 높다”는 통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배’라는 수치는 상속세율이 0%인 17개 국가를 제외한 상태에서 평균치를 계산한 것이어서, 제대로 계산하면 ‘4배’가 된다는 설명이다.

또 상속세율이 55%인 일본을 1위로 표기하는 것 역시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명목세율’을 비교할 때는 최고세율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 65%를 적용할 경우 일본을 제치고 1위라는 것이다.

23일 미디어펜 취재 결과, 이 같은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2월 19일 오전 7시 30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기업 상속은 악인가’ 세미나에서다. 해당 세미나는 자유한국당 김무성, 정진석 의원을 필두로 열리는 공부모임인 ‘열린토론미래’가 주최했다.

당시 발제자로 참석한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OECD 국가의 상속세율을 소개하며 “인터넷에서도 그렇고, 언론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OECD 국가 평균의 2배라는 이야기를 정설처럼 하고 있지만 이것은 잘못된 계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OECD 36개 국가 중 17개 국가의 상속세율은 0%”라며 “평균 세율을 계산할 때 분모에 19개 국가를 놓으면 26%가 되지만, 36개 국가로 계산하면 14%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 OECD 국가 상속세 최고 세율 비교 /표=미디어펜


OECD 평균 4배 높은 상속세…왜 2배로 알려졌을까

실제로 OECD 상속세율 평균을 계산할 때 19개 국가를 분모로 놓을 경우 26%가 된다. 또 평균 상속세율을 26%로 계산할 경우,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2배 더 높은 것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분모에 36개 국가를 넣고 계산하면 평균 상속세율은 14%가 되고,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평균 대비 4배 높은 것으로 나온다.

현 대표는 “평균을 계산할 때 36개 국가의 숫자로 나누는 것이 맞다”며 “이렇게 계산할 경우,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OECD 국가 평균의 2배가 아닌 4배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상속세율은 OECD 평균 4배라고 설명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약탈적 상속세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경총이 지난해 말에 50%의 상속세를 25%로 낮추는 것과, 지배주주에 대한 할증 과세의 폐지를 국회에 건의했다”며 25%의 수치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25%라는 숫자는 OECD 36개국 상속세 평균이 아니라 OECD 국가들 중에서 상속세가 없는 국가 17개국을 제외하고, 상속세가 있는 국가들만 의 평균을 계산한 것”이라며 “정확하게 말하면 OECD 전체 국가의 상속세 평균은 14.5%”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상속 재산이 기업의 주식일 경우 할인을 하거나 납부를 유예하거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어서 상속인들의 기업경영권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상속세율 65%, 세계 최고 대한민국…이대로 괜찮을까?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OECD 국가 중 2위라고 표기하는 것도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 대표는 “통상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50%이기 때문에 일본(55%)에 이어 2등이라고 하는데 잘못된 것”이라며 “명목세율이라는 것은 최고치를 두고 계산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법인을 상속할 경우 최대주주 할증이 10~30% 적용돼 최고 세율이 65%까지 오르기 때문에, 65%를 상속세율로 보고 비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 대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세율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상속은 부모가 가진 무언가를 자식에게 넘기는 것”이라며 “그것은 돈, 부동산, 기업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대표는 이어 “돈은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은 편이고, 부동산에 대해서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는 편”이라며 “반면 기업의 경우 작은 기업은 조금 허용해주는 분위기지만, 대기업이나 재벌의 상속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은 이 같은 분위기에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황 교수 역시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을 망하게 하고 기업가 정신을 파괴하는 저주의 제도라는  인식이 경제전문가들과 지식인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그러나 성공한 기업인을 질투하고 부자를 증오하도록 선동하는 분위기상 이와 관련된 법안이 통과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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