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패스트트랙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한 자당 소속 의원 2명을 강제로 교체했다. 이에 당내 바른정당계와 자유한국당이 거세게 반발하며 국회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이날 오전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사개특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을 강행했다. 이미 국회 의사과에 진을 친 유승민 의원 등이 사보임 신청서 인편 제출을 막아섰지만, 팩스로 제출된 신청서까지 막지는 못했다. 전날 한국당과의 충돌로 병원에 입원한 문희상 국회의장이 사보임을 ‘병상 결재’하면서 사개특위 위원 자리는 같은 당 채이배 의원이 꿰찼다.
이러한 상황을 예상한 한국당 의원들은 앞서 채 의원실을 찾았다. 11명의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국회 의원회관의 채 의원 사무실에서 채 의원의 사개특위 출석을 막았다. 이에 오후 1시 10분께 ‘한국당 의원들이 사무실을 점거했다’고 직접 경찰에 신고하기도 한 채 의원은 오후 3시 16분께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의원실을 나왔다.
채 의원은 의원실에서 나오자마자 사개특위 논의가 진행 중인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향했다. 채 의원은 운영위원장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을 위한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하고, 선거법 개정을 통한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위해 노력해 법안 논의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당장 유 의원과 교체 당사자인 오 의원 등 바른정당계는 운영위원장실에서 바른미래당 지도부에 항의했다. 오 의원은 운영위원장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관영 원내대표의 만행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고, 불법 사보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유 의원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에게 사개특위에서 하는 일들은 사보임부터 시작해 국회법 위반이기 때문에 결코 인정할 수 없고, 지금이라도 중단하라고 했는데, 두 분 다 거절했다”고 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오 의원에 이어 권은희 의원마저 사보임 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권 의원이 패스트트랙에 태울 공수처 법안을 두고 장고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사개특위 위원 중 1명이라도 반대표를 던지면 패스트트랙이 불발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국회 의사과에 따르면 오후 6시께 권 의원을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하는 사보임 신청서가 팩스로 제출됐다.
사보임 신청서가 하루 2연속 팩스로 접수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자 바른정당계와 한국당은 아연실색한 모습이다. 유 의원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어 “권 의원과 통화했는데, 본인이 원하지 않는 강제 사보임임을 확인했다”며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정당 내 민주주의까지 파괴한 김 원내대표와 임 의원, 채 의원은 정치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오늘 대한민국 국회는 죽었다고 선언한다. 국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의회민주주의가 붕괴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를 허가한 문 의장도 대한민국 치욕의 날에 대한 마땅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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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미래당 하태경, 오신환, 유승민, 이혜훈 의원이 25일 오후 사개특위 논의가 진행중인 국회 운영위원장실을 나선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