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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로 산치오의 '이자 수취를 공인'한 교황 레오 10세(가운데) 초상화 [사진=그레그 스타인메츠 지음 '자본가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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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되받을 생각을 말고 꿔줘라"
신약성서 누가복음 6장 35절에 있는 예수의 말씀이다. 부자를 여러 차례 비판했던 예수는 돌려받을 기대를 하지 말고 돈을 빌려주라고 가르쳤다. 그렇지만 '자선과 적선'이 아닌 다음에야, 이것이 과연 꿔주는 것일까.
중세 기독교 및 이슬람 사회는 이 예수의 말씀을 근거로, '이자를 받는 것' 자체를 금지했다. 성경에 적힌 것을 고지곧대로 숭상, 이자가 몇 %이건 간에, 무조건 '고리대금업'으로 단죄했다.
이에 따라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들은 대금업이 금지됐다. 이 일은 '천한 야만인' 유대인의 몫이었다. 예수님을 죽인 유대인들은 '어차피 지옥에 갈 자'들이다.
대금업에 대한 비난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소를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것은 정당하다고 했다. 소에서는 젖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므로, 돈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것은 '추악한 행위'라는 것이다.
중세 카톨릭의 대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돈을 빌리고 원금보다 더 많이 갚아야 한다는 데 분노했으며, 대금업자를 '살인자'에 비유했다. 그 영향으로 14세기 초 교황 클레멘스 5세는 고리대금을 합법화한 세속 법을 무효화해 버렸다.
'신곡'을 지은 르네상스시대의 대표자 단테는 대금업자를 '남창'이라고 비난했다.
물론 기독교 세계에서도 대금업은 있었고,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부를 축적하는 은행가들이 있었다. 베네치아와 피렌체 등에서 은행이 생겨났고, 독일에서도 고리대금업이 성행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자를 위약금, 경비, 선물, 손실보전금 등으로 바꿔 부르는 편법으로 교회를 비웃으며, 죄책감을 덜었다. 이익만 남길 수 있다면, 뭐라고 부른들 상관없었다.
그런데 16세기 초, 기독교계의 수장인 로마교황이 이자 수취를 공식적으로 합법화했다. '금융업과 시장경제의 초석'을 다진,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16세기 유럽을 휩쓴 종교개혁은 마르틴 루터와 장 칼벵이 주도했다.
칼벵은 성경에서 이자를 금지한 것은 '소비대부'에 국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대부란 가난한 사람이 부자에게 식량을 빌리는 것처럼, 소비 목적의 대부다. 가난한 자가 식량을 꾸는 데 이자까지 받는 것은 예수의 가르침을 위반하는 것이지만, '일반적 거래에서 이자는 정당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자를 받아도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자, 장사꾼들은 열렬히 환영하며 개종했다.
루터는 상인 같은 세속적인 직업도 성실하게 이행하면,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 부여 받은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카톨릭에서는 '수도승적 금욕'을 강조했지만, 루터는 '모든 직업이 신 앞에서 동등'하며, 세속적 직업을 통해 자신의 의무를 완수하는 것이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이라고 해석했다.
칼벵은 인간이 하나님께 선택됐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단한 직업노동'이라며, '세속적 직업의식'을 강조했다.
종교개혁가들은 '이윤'을 직업의 유용성을 판단하는 척도의 하나로 봤다. 이렇게 '중세의 금기'를 깨고, '자본주의 정신과 시장경제의 토양'을 제공했다.
그러나 카톨릭의 수장인 교황이 이자 수취를 공식 허용한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종교개혁의 적'인 독일의 한 은행가 덕분이었다.
바로 '돈의 힘'으로 당시 신성로마제국 왕실과 교황청을 쥐락펴락했던 야코프 푸거의 손에서다.
당시 교황 레오 10세는 '거대한 빚쟁이'였다. 그가 '면죄부'를 팔아먹어 루터의 종교개혁을 촉발한 것도 이 빚더미 때문이었다. 그는 당연히 '유럽 최대 부자'였던 푸거에게도 막대한 빚을 지고 있었다. 푸거의 '이자수취 합법화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레오는 또 이탈리아의 대표적 은행가인 '메디치 가문의 일원'이었으므로, 상거래 합법화가 그 자신의 이익에도 유리했다.
드디어 1515년 레오는 '이자 부과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칙령에 서명했다.
"고리대금은 본성상 불모인 것에서 얻는 이익, 즉 '노동이나 비용, 위험 없이 얻는 이익'만을 일컬을 뿐이다"는 것으로, 이 세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이 되면 이자를 물리는 것은 합법적이다. 이자는 '떼일 위험에 대한 비용, 혹은 위험'에 해당한다. 이 중 하나라도 결부되지 않는 대출이 어디 있을까?
제5차 라테란 공의회 이후 금융업자들은 '교회의 인정' 하에 차입자에게 자유롭게 이자를 받고, 예금자에게 내 줄 수 있게 됐다. 이는 '자본주의의 분수령'이 됐고, '근대식 시장경제의 출발점'이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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