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선거제도 개편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관련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대치 국면이 휴일인 25일에도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서로를 향한 고발을 이어가며 한 발자국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을 고발 조치했다”며 “증거자료들을 첨부해 내일 추가로 또 고발하겠다. 그리고 신속처리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국회 선진화법에 따른 회의 질서 유지를 방해하는 국회의원이나 보좌관, 당직자든 예외 없이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특히 “과거처럼 여야가 서로 고발조치를 하고 유야무야 끝나는 것은 이번에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자당 의원들을 국회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폭력을 행사하고 방해했다는 이유로 한국당 의원 18명과 보좌관·비서관을 각각 1명씩 검찰에 고발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자신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15명을 공동상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해서는 “신속처리 안건 절차가 끝나면 저부터 검찰에 자진 출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회의장의 경호권이 발동됐고, 국회 운영위원회 결정에 따라 경찰 동원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운영위를 열어 여야가 의결해 정부에 요청할 때만 경찰 동원이 가능하다”며 “자신들의 불법을 경찰을 통해 정상화해달라고 한국당과 합의하라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경찰 요청은 불가능하고 거기까지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이날 중 패스트트랙 지정 관련 회의가 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상황이 되면 언제든지 이른 시간에 하겠다”고 했다. “제가 시작한 일이니 (원내대표 임기가 끝나는 5월 8일 전까지) 마무리하겠다”며 “자신 있게 말하지만 (임기 전까지 패스트트랙이 불발되는 일은) 없다”고도 확신했다.
홍 원내대표는 “공수처법이나 선거법을 우리는 포기하지 않겠다”며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에 반드시 신속처리 법안으로 지정하는 것에 흔들림은 없다.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을 향해서는 “한국당의 구호 중 헌법수호라는 것이 가장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날을 세웠다.
홍 원내대표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국회 본관 445호 앞에서 맞불 성격의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 의원 전원이 고발당하더라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맞섰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는 불법에 저항하기 위해 단순한 연좌시위를 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민주당은 채증부대까지 동원해 계획된 도발을 했고, 빠루(쇠 지렛대)와 망치까지 들고 왔다. 계획된 도발로 의회를 불법, 무법천지로 만든 그들은 누구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또한 “한국당의 헌법수호 대국민 저항을 두고 ‘불법, 폭력, 기득권을 지키려는 발악’ 등 고도의 프레임 공작으로 민주당이 왜곡하고 있다”며 “지금 문재인 정권과 좌파 야합 세력은 헌법을 파괴하고 있다. 그것에 대한 반대 투쟁은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아직 사개특위, 정개특위는 6월까지 활동시한이 있는데, 패스트트랙에 (법안을) 태움으로써 야당을 압박하고, 야당의 법안심사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편의 골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 “제출한 법안을 봤다. 법안에 수학 표만 6개가 나온다. 계산할 수 없다. 또 법안에 동수일 경우 추첨을 한다는 것도 나오는데, 우리가 투표해서, 추첨해서 6개의 수학 공식으로 나눈다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겠나”라고 했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한마디로 민주당의 2중대, 3중대를 만들어서 민주당과 정의당이 안정적 과반을 확보한 다음에 결국 입법부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말한 260석, 20년 장기집권 플랜의 시작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전 세계에서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나라 중에서도 나치의 강한 기억이 남아있는 독일과 뉴질랜드만 채택한 제도”라고 부연했다.
공수처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의 홍위병 검찰을 만드는 것”이라며 “공수처 검사는 누가 견제하나. 공수처의 검사는 누가 지명하나. 공수처장은 누가 지명하나. 거기서 답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고위공직자를 수사하자고 해서 합의한 것이 지난 국회 때 상설특검법인데,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위해서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을 두게 돼 있는데, 이 정권 들어와서는 특별감찰반도 선임하지 않았다. 있는 제도를 다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사무처가 특위 위원 사보임과 법안 전자접수를 합법이라고 한 것은) 믿을 수 없다. 편파적인 여러 가지에 대해 운영위에서 밝히겠다”며 “할 수 있는 저항은 다 하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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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여야4당이 추진하려는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진을 치고 국회 회의장을 봉쇄하는 모습./자유한국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