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문 필 강산무진도·완주 갈동 출토 청동거울 등도 지정 예고
   
▲ 혼개통헌의 모체판(왼쪽)과 성좌판 [사진=문화재청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이슬람 지역 천문시계 '아스트롤라베'(Astrolabe)를 18세기 조선 지식인이 우리 사정에 맞게 변형해 만든 천문 관측 도구 '혼개통헌의'(渾蓋通憲儀)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동아시아 유일 현존 과학 문화재로 꼽히는 혼개통헌의를 포함, 문화재 7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9일 밝혔다.

혼개통헌의는 마테오 리치에게 학문을 배운 명나라 학자 이지조(李之藻·1569∼1630)가 아스트롤라베 해설서를 번역, 1607년 펴낸 '혼개통헌도설'(渾蓋通憲圖說)에 기반해 제작한 기구로, 유득공의 숙부인 유금(1741∼1788)이 1787년에 제작했다.

'건륭 정미년에 약암 윤 선생을 위해 만들다'(乾隆丁未爲約菴尹先生製)라는 명문과, '유씨금'(柳氏琴)이라는 인장이 있으며, '약암 윤선생'은 아직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실학박물관 소장품인 혼개통헌의는 1930년대 일본인 도기야(磨谷)가 사들여 일본으로 가져갔으나, 과학사학자 전상운의 노력으로 2007년 국내에 돌아왔다.

혼개통헌의는 별 위치와 시간을 알려주는 원반형 모체판(母體板)과 별을 관측하는 지점을 가르쳐주는 T자 모양 성좌판(聖座板)으로 구성됐으며, 모체판 앞면 중심 구멍에 핀으로 성좌판을 끼워 돌려 가며 사용한다.

모체판 외곽은 24등분해 시계 방향으로 시각을 새겼고, 남회귀선·적도·북회귀선을 나타내는 동심원을 바깥쪽부터 차례대로 표시했으며, 성좌판은 하늘 북극 및 황도상 춘분점, 동지점을 연결, T자 형태다.

곳곳에 솟은 11개 지성침(指星針)을 이용해 천문 정보를 확인하며, 뒷면에 '북극출지 38도'(北極出地三十八度)라는 위도를 새겼는데, 서울 위도 북위 37.5도와 거의 일치한다.

혼개통헌의를 사용하려면 밤에 별을 관찰하는 '규형'(窺衡)과 별의 고도를 측정하는 '정시척'(定時尺)이 필요, 함께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전하지 않는다.

문화재청은 "유금은 우리 실정에 맞게 별을 독자적으로 그리고, 중국의 실수를 바로잡기도 했다"며 "조선 지식인이 서양 천문학과 기하학을 이해하고 소화해 창의적인 성과를 낸 사례"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 '신편유취대동시림 권9∼11, 31∼39', '고창 선운사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 '완주 갈동 출토 동검동과(銅劍銅戈) 거푸집', '완주 갈동 출토 정문경(精文鏡) 일괄', '도기 연유인화문 항아리 일괄'도 보물 지정이 예고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강산무진도는 조선시대 궁중화원 이인문(1745∼1821)이 그린 8.5m 길이 두루마리 형식의 그림이고, 계명대 동산도서관의 신편유취대동시림은 1542년 무렵 사용한 금속활자 '병자자'로 간행한 서적이다.

고창 선운사 불상은 여말선초(麗末鮮初) 시기의 두건을 쓴 지장보살좌상이다.

국립전주박물관에 있는 완주 갈동 유물은 2003년에 조사한 철기시대 유적에서 나왔으며, 석제 거푸집 2점은 청동기시대부터 초기 철기시대 거푸집 대부분과 달리 출토지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청동거울인 정문경 2점도 정식 발굴조사로 찾은 사례다.

거푸집과 정문경은 기원전 2세기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기 연유인화문 항아리는 8세기 유물로 큰 항아리와 작은 항아리로 구성됐으며, 납이 든 잿물인 연유(鉛釉)를 사용한 도기로, 예술적 가치와 희소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