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선거제도 개편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여야의 강대강 대치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29일 ‘3대 위헌·3대 불법’ 항목을 조목조목 따지며 강경 투쟁 기조를 이어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지금 3대 위헌·3대 불법과 싸우고 있다”며 “연동형 비례제도와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강행 처리하겠다는 것은 헌법 질서의 3대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고, 나아가 3건의 명백한 실정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3대 위헌으로 △의회주의 말살 △삼권분립 해체 △국회의원 의무 박탈을, 3대 불법으로 △오신환·권은희 의원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전자 법안발의 △패스트트랙 규정 위반 등을 지목했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제는 국회를 구성하는 룰이자 국민 주권을 발현하는 게 선거인데, 그런 선거제를 다수의 횡포로 일방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명백한 자유민주주의 전복”이라며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을 배제하고 선거제를 강행하는 것은 합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 공수처는 결국 대통령이 사법기관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홍위병 수사기관을 통해 사법부와 입법부를 쥐고 흔들면 삼권분립이 해체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된 헌법 46조 2항을 거론, “오신환·권은희 의원이 공수처법에 반대하자 양심에 따라 표결할 의무를, 직무를 행할 의무를 마음대로 빼앗아 버렸다”며 바른미래당 지도부의 사개특위 위원 강제 사보임에도 날을 세웠다.

나 원내대표는 또 “(오신환·권은희 의원) 사보임은 국회법 48조 위반이고,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발의 역시 불법이었다”며 “법안발의는 휴가신청이 아니다. 국회의원 인장이 찍힌 원본 없는 법안발의는 법질서 농락이고, 국회법에도 전자 법안발의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신속처리안건 제도 규정에는 5분의 3의 무기명 투표에 의해 패스트트랙을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무기명 투표라는 것은 사전에 묻지 않고 투표한다는 것인데, (오신환·권은희 의원이) 반대한다고 하니 사보임했다. 이 역시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한 법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뒤이어 연단에 선 황교안 대표는 “탄압이 심해지면 저항도 강해질 것”이라며 “우리의 투쟁은 문재인 대통령이 항복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되돌아올 때까지 중단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된 뒤에 정말 많은 민생현장을 찾아 둘러봤고, 많은 말씀을 들었지만, 그 중 어느 한 분도 선거법을 개정해달라고 한 분은 없었다. 경제를 살려달라, 잘못된 정책을 막아달라, 한국당이 해 달라는 말만 있었다”며 “국민들은 먹고살기 힘들어서 경제를 살려달라는 판에 무슨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을 바꾸고 공수처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우리 당 의원님을 비롯해 20여 명을 고소했고, 추가 고소도 하겠다고 한다. 정치를 그렇게 하는 것이냐”며 “진지하게 토론하고 국민의 마음과 뜻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게 정치인데, 마음에 안 든다고 고소·고발하고 검사·경찰에게 이르는 게 국회의원이냐”고 비꼬았다. “그런 국회의원은 되지 말아 달라”고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저는 고소고발장이 들어오면 수사하고 처리했던 법조인 출신”이라며 “분명히 약속드린다. 당력을 다 기울여 반드시 고소·고발당한 분들을 지켜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만약 이 정권이 끝내 중요하지도 않은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면 국민께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뿐 아니라 이에 야합한 야당들과 나아가 이 사태를 배후조종하는 청와대와 대통령까지 국민의 무거운 심판을 받을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