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대기업들의 경영환경이 팍팍해지면서 협력사와 중소·중견기업들의 위기감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반기업 정책이 지속돼 대기업의 체력이 고갈될 경우 중소·중견기업의 도미노 붕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비용상승과 생산성 하락 등으로 국내 사업장 유지를 고민하는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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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최근 LG전자가 평택 스마트폰 공장 이전을 결정하면서 기업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대기업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인데 나머지 기업들의 사정은 어떻겠냐는 것이다.
대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신설하거나 이전하는 경우 협력사들까지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산·물류비용 등을 고려하면 국내보다 대기업의 사업장이 위치한 현지에 생산라인을 신설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의 생산시설 이전은 국내와 해외 사업을 모두 유지하기 어려운 협력사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생산라인 신설, 기존인력에 대한 보상 등의 부담 늘어나면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기업들은 순환 배치 등을 통해 폐쇄되는 사업장의 인력을 소화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만, 규모가 적은 협력사와 중소·중견 기업들은 이 같은 해법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들의 실적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 심화에 법인세율 인상 등의 부담이 확대되면서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코스피 비금융 517개사 중 2018년 법인세율 인상(22%→25%) 적용을 받는 38개 기업의 법인세비용을 분석한 결과(별도/개별기준), 법인세비용이 42.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장사 4개 중 1개사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고, 우량기업은 줄고 수익성 저하 기업은 늘어나는 추세다.
투자와 고용 확대 등 국내 사업환경도 기업에 점차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압박과 상법개정안, 산업안전보건법, 최저임금 상승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등 기업들 입장에서는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기업정책에 노동계 목소리가 주로 반영되면서 기업들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모습이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상생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대기업들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도움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진입규제와 환경규제 등이 갈수록 강화 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내수 수출이 동반 악화 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제 정부가 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링 위에 많이 올라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실물발 경제 위기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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