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과 양상문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충돌했다. 그라운드에서 설전이 오갔다. 김태형 감독이 상대팀 선수에게 욕설을 했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진실공방으로 번진 모양새다. '감독의 품격'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사태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롯데전. 두산이 9-2로 크게 앞선 8회말 두산 공격 2사 1, 2루에서 롯데 투수 구승민이 던진 공이 두산 정수빈의 허리 위쪽을 강타했다. 공에 맞은 정수빈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나와 정수빈의 상태를 확인했고, 정수빈의 부상이 걱정돼 롯데 공필성 코치와 주형광 코치도 나와 있었다. 구승민도 미안해하며 정수빈 가까이로 와 걱정하고 있던 상황.  

이 때 김태형 감독이 롯데 코치들에게 불만을 나타내는 말을 했고, 이를 보고들은 양상문 감독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김태형 감독과 설전을 벌였다.  

   
▲ 사진=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감독 간 충돌에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뛰쳐나오는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으나 물리적인 출동은 없이 사태는 마무리됐다. 정수빈은 교체돼 병원 검진을 받은 결과 갈비뼈가 골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개의 경우 사구로 선수가 다치거나 하면 공을 던진 투수에게 비난이 집중되거나 부상 당한 타자에게 우려의 시선이 쏠린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감독간의 충돌과 설전으로 전혀 다른 양상으로 번졌다.

김태형 감독이 무슨 말을 했기에 상대팀 양상문 감독까지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험한 말로 설전을을 벌였던 것인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독이 경기 중 상대팀 코치나 선수를 직접 탓하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당초 언론 보도를 통해 김태형 감독이 구승민에게 "투수 같지도 않은 XX"라고 욕설을 했던 것으로 전해져 사태는 확산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정수빈의 부상으로 화가 나 동기이자 친구 사이인 공필성 코치에게 욕설을 한 것은 인정했지만, 선수를 향해 막말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김태형 감독은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해 그런 말을 한 건, 내 잘못이다. 그러나 선수에게 직접 욕설 등을 하지는 않았다"면서 "공 코치에게 욕설을 한 건, 무조건 내 잘못이다. 팬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 더 깊이 반성한다. 감독이 다른 팀 선수에게 화를 내겠는가. 정말 공 코치와 주 코치에게만 불만을 표했다"고 밝혔다.

김태형 감독은 "팬들과 양상문 감독님 등 롯데 관계자들께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나를 돌아보겠다"고 반성과 사과도 했다.

하지만 반성과 사과로 끝날 일인가는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김태형 감독이 상대팀 선수(구승민)에게 막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상대팀 코치에게는 분명 막말을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KBO리그 규정에는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심판판정 불복, 폭행, 폭언, 빈볼, 기타의 언행으로 구장질서를 문란케 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되어 있다. 김 감독에 대한 징계 논의가 있어야 한다.

징계는 규정에 따라 절차를 밟으면 되겠지만, 한 팀의 수장으로서 감독의 품격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는 계기를 삼아야 한다. 감독이 상대 팀을 존중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승부에 열중하다 보면 선수간, 벤치간 서로 충돌도 았을 수 있다. 그런 일이 있을 때 흥분해서 더 큰 사고 등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감독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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