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고려·조선에서 수리…고려 이후 토성으로
   
▲ [사진=전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전북 정읍 고사부리성(古沙夫里城, 사적 제494호)에서 백제시대에 돌로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정교한 성벽(사진)이 발견됐다.

정읍시와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전라문화유산연구원(원장 천선행)은 정읍시 고부면 고사부리성 남문터 동쪽 900㎡ 부지에서 잔존 길이 45m, 높이 3.5m, 최대 폭 5.4m인 백제 석축(石築) 성벽을 찾아냈다고 1일 밝혔다.

해발 133m 정상부의 두 봉우리를 감싸는 고사부리성은 백제시대에 처음 조성한 뒤, 조선시대에도 1765년까지 읍성으로 사용했다고 전하는데, 백제가 최초로 성을 쌓은 뒤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각각 수리한 것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백제시대 성벽은 3∼4개 구간으로 나눠 외벽과 내벽을 쌓은 뒤 중간을 흙이나 돌로 채우는 협축(夾築) 기법으로 축조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자연 지형을 계단식으로 파내 바닥을 구축하고 그 위에 성을 쌓았다.

백제 성벽에서는 성돌을 약 3∼5㎝씩 안쪽에 들여 넣어 쌓는 퇴물림기법, 품(品)자 모양으로 돌을 올리는 바른층쌓기, 모양이 제각각인 건축 부재를 서로 맞대어 면을 맞추는 그랭이 기법이 사용됐다.

성돌 하나가 다른 돌 6개와 맞물리도록 하는 이른바 '육합쌓기' 양상도 확인됐는데, 육합쌓기는 고구려 성벽에 주로 쓴 축성기술이라는 점에서, 백제 석성의 기원과 고구려와의 관련성을 알려주는 자료라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통일신라시대 때 수리를 진행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백제 석축성벽 전통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성곽 일부를 제거한 뒤 물을 배출하는 수구(水口) 시설 2기도 확인됐는데, 수구 규모는 길이 7m, 너비 0.8m 정도다.

성벽 바깥쪽에서는 성을 쌓을 때 시설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나무기둥 자국이 3∼4줄 정도 발견됐다.
 
고려시대에 성벽은 토성으로 변했고, 조선시대는 흙과 돌을 모두 사용한 성곽이다.

유물로는 다리가 세 개인 삼족토기·항아리·접시·병 등 백제 토기와 기와, 고구려계 토기로 알려진 암문(暗文) 토기가 출토됐는데, 암문은 흑색 마연토기에 그린 검정 선 무늬다.

연구원 관계자는 "고사부리성은 백제가 견고함과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축성기법을 동원해 쌓은 성임이 명확해졌다"며 "이후 조선시대까지 장기간 이용됐다는 점에서, 고사부리성이 지역의 지리적 중심지이자 통치의 핵심 장소로 사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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