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인각사 공양구·'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은 보물 지정
   
▲ [사진=문화재청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고려 장인이 고려 초기에 선대 임금 제사에 사용하려고 만든 초창기 고려청자 항아리가 국보 제326호가 됐다.

문화재청은 이화여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보물 제237호 '청자 순화4년(淳化四年)명 항아리'(사진)를 보물 지정 56년 만에 국보로 승격시켰다고 2일 밝혔다.

높이가 35.2㎝인 이 항아리는 바닥면 굽 안쪽에 '순화사년 계사 태묘제일실 향기 장최길회 조'(淳化四年 癸巳 太廟第一室 享器 匠崔吉會 造)라는 글씨를 새겼는데, 순화는 송 태종의 네 번째 연호로 순화4년은 993년이어서, '993년 태묘 제1실 향기(享器·제기)로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다'는 뜻이다.

고려사에 따르면 황해도 개풍군 영남면 용흥리 태묘는 992년 12월 1일에 조성했고, 제1실에는 태조 왕건과 그의 왕비 신주를 봉안했다.

초기 청자 중 형태가 크며, 입구가 넓고 표면에 아주 작은 기포, 유약이 굳으면서 생긴 미세한 금인 빙렬(氷裂), 긁힌 흔적이 있고, 바탕흙인 태토(胎土)는 유백색으로 품질이 우수하다.

한때 이 항아리를 청자가 아닌 백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지금은 청자가 맞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문화재청은 초기 청자 가운데 드물게 큰 항아리로, 제작 연도와 용도를 비롯해 사용처와 제작자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라며, 청자 제작 시기를 유추하고 발달사를 연구하는 데 필수적인 유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 일괄'과 금속활자 서적인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新刊類編歷擧三場文選對策) 권5∼6'은 각각 보물로 지정됐다.

경북 군위 인각사는 신라 선덕여왕 11년(642)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사찰로, 일연이 삼국유사를 완성한 장소다.

공양구 18점은 지난 2008년 건물터 동쪽 유구(遺構·건물의 자취)에서 발견됐으며, 통일신라시대에서 고려시대 초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공예품 11점과 청자 7점으로 구성됐다.

금속공예품으로는 사찰 의례 용품인 금동사자형 병향로(柄香爐), 향합(香盒·향을 담는 뚜껑이 있는 그릇), 정병(淨甁·목이 긴 물병), 청동북(金鼓), 청동발(靑銅鉢)과 뚜껑, 불교에서 천상의 새를 상징하는 가릉빈가를 표현한 청동상이 나왔는데, 나말여초(羅末麗初) 금속공예품 중에는 희귀하다.

청자는 8세기 말∼10세기 초에 당나라 월주(越州)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포개진 채 한꺼번에 발견됐다.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은 원나라 유인초(劉仁初)가 당시 과거시험 합격 답안을 주제별로 분류해 1341년 새롭게 펴낸 책이다.

보물 제2023호가 된 책은 총 72권 중 권5∼6 부분 4권 4책으로, 그중 2권 2책은 고려시대 후기 판본이고, 나머지 2권 2책은 조선시대 초기에 찍었는데, 고려본과 조선본은 내용에 큰 차이가 없다.
   
고려본은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이라는 책이 고려시대에 중국에서 유입됐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고려 금속활자로 제작한 드문 서적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으며, 1403년 주조한 계미자(癸未字)를 바탕으로 간행한 조선본도 금속활자의 변화상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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