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제1야당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 4당이 야합해 통과시킨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이 깊은 파열음을 내고 있다.

여론 척도 중 하나로 꼽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각각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해산을 놓고 빗발치는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2일 오후9시를 기준으로 한국당의 정당해산을 요구하는 청원은 171만건, 민주당 해산을 청구한 참여건수는 28만명을 넘어섰다.

관건은 이번 청와대 국민청원 여론몰이를 놓고 '북한이 의심되는 등 가짜 여론' 대 '한국당 행태에 반감 가진 사람들이 결집했다'는 등 프레임 싸움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의아한 점은 여야의 극한대치 정국에서 진행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같이 일방적인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전주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tbs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전국 성인 유권자 1011명(1만5856명에 통화시도)을 대상으로 조사해 1일 발표한 주중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주보다 1.9%p 상승해 39.9%를 기록했고, 한국당은 2.6%p 올라 34.1%로 조사되면서 격차를 줄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의 일방적인 행태가 아니라 오히려 대등한 가운데 한국당 지지세가 더 결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 여론 척도 중 하나로 꼽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각각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해산을 놓고 빗발치는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이 보인 무리하고 불법적인 방식에 경고하는 의미"라며 "한국당 행태에 반감을 가진 분들이 결집했다"고 평가했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보수 궤멸을 위한 가짜 여론몰이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서 한국당 해체가 정답이라고 말한 후 청원이 급속도로 올라갔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일 한국당의 의혹 제기에 "매크로(자동으로 추천수를 늘리는 프로그램) 징후는 전혀 없다"며 "낡은 프레임과 이분법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고 반박했다.

특히 청와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청원 방문자가 급증한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을 지역별로 분류한 결과 97%가 국내에서 이뤄졌다"고 국민청원 게시판 공지를 통해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 산하 '우리민족끼리' 매체에서 지난달 18일 한국당을 해산시키라는 발표를 하니까 바로 나흘 뒤인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국당 해산 청원이 올라왔다"고 지적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대대적인 매크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걸로 봐서는 북한의 어떤 지령을 받는, 이런 세력들에 의해 기획되고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법적 강제력이 없고 청와대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뿐인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금처럼 빗발치는 여론몰이가 계속해서 이어질지 우려된다.

광장의 뜨거운 민주주의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 국회에서의 패스트트랙 공방을 차갑고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