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는 규제만 없애면 된다
   
▲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한국경제가 어렵다. 이미 구체적 지표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는 삼성과 현대 두 개 대기업의 성과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전년동기 대비 지난 2분기의 영업이익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는 2조원 이상 감소했고, 현대자동차는 13% 급감했다. 다른 지표를 봐도 같은 증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지난 4월 이후 연속적으로 하락했다.

한국경제는 몇 년전부터 이미 세계 경제성장율 평균치에도 못미치는 저성장 기조에 들어섰다. 2012년 한국의 경제성장율은 2%로 세계 성장률 3.2%에 한창 못미쳤다. 이미 한국경제는 여러 지표를 통해 그 성장수준의 한계점을 보여주었다. 이 연장선 상에서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개 대기업의 영업이익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경제가 정치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다. 서서히 처져가는 경제현상에 대한 정치권의 진단은 놀랍다. 현 정부와 정치권에선 지난 1년간 경제민주화라는 환상에 빠져, 경제 죽이기 정책을 서로 경쟁입법했다. 올해는 대통령이 직접 마라톤 회의를 이끌면서, 규제혁신을 외쳤다. 경제살리기 본질을 제대로 제시한 정책방향이었다. 이후 세월호 사태로 규제혁신이란 정책방향은 사라지고 말았다.

새로운 경제팀은 경제살리기를 정책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구체적 정책안을 보면, 모든 정책을 한곳에 담아둔 정책 전시장 느낌이다. 경제살리기를 위해선, 이에 걸맞은 정책을 선별해야 한다. 기업이 투자않고, 현금보유를 높인다고,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정책을 냈다.

사내유보금은 현금보유액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회계용어마저도 이해하지 못한 아마추어적 정책이었다. 기업은 이익을 투자, 배당, 현금보유로 배분한다. 현금보유액은 기업이 예측하지 못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 수준에 대해선 규범적 해답이 없으므로, 정부가 개입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현금보유에 세금을 높여, 배당으로 유도하면, 소비가 증가한다고 생각한다. 미시이론으로 보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실제 효과는 의심스럽다. 경제살리기는 큰틀을 제대로 엮는 정책이어야지, 조금의 개연성만 있으면 해보자는 정책이어선 안된다.

불확실한 소비증대 효과보다, 기업투자를 더 왜곡시켜 결과적으로 경제죽이기 효과가 더 클 것이다.

   
▲ 지난달 23일 새 경제팀이 국회에서 첫 당정회의를 가졌다. 이석준(왼쪽부터) 기재부 2차관, 윤영석 원내대변인, 나성린 정책위 수석부의장, 주호영 정책위의장,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이완구 원내대표, 추경호 1차관, 홍일표 정책위부의장./뉴시스 자료사진

정부는 40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서 경제살리기하려 한다. 구시대의 전형적인 케인지언적 사고다. 이 정도면 경기는 ‘반짝’ 살아날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발목잡을 것임을 이미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하였다.

40조원을 정부가 직접투자하여 얻게 되는 편익보다, 민간부문이 40조원을 부담함으로써 겪게 되는 기회비용이 더 크다는 것이 케인지언 정책이 가지는 오류의 핵심이다. 경제살리기 핵심에서 빗나간 방안이다.

지금 야당에선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 정부시절에 법인세율을 인하했는데, 기업투자가 늘지 않았으므로, 다시 올리자는 주장이다. 실로 단세포적 사고의 결과다. 기업투자는 한두가지 정책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국내외 경제환경과 정부정책들을 종합해서 기업은 투자결정한다. 기업의 투자결정은 미래의 기업운명을 결정하므로 실로 비장하다. 정부가 할수 있는 일은 기업투자에 유리한 정책을 최대한 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기업활동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없애는 역할만 하면 된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마라톤 회의를 이끌면서 그 의지를 보였다. 경제살리기는 기업살리기와 같다. 정부는 기업의 재무구조와 투자행태에 대해 일일이 개입하기 보다는, 경제적 자유를 높이면 된다./현진권 자유경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