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MBC 정상화위원회 결정으로 해고된 기자를 복직시키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권력의 방송장악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상화위 활동에 대한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서부지법은 현모 전 MBC 기자가 낸 해고 무효확인 소송에서 MBC 해고 처분을 무효로 판결했다. 현 기자는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 논문표절 의혹’을 보도했다. 지난해 5월 정상화위는 해당 보도의 정보 검증 부족, 사실 확인 오류 등을 이유로 현 기자에게 해고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상화위 운영규정을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소수 노조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우선 짚었다. 운영규정을 만들 때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1노조) 내부의 공식적인 의견수렴 절차가 없었고, MBC 공정방송노동조합(2노조), MBC 노동조합(3노조)와 협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상화위의 해고 처분도 효력이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특히 현 기자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세력에 편승하거나 동조해 보도했다고 볼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고, 반대 의견을 가진 학자도 인터뷰했다고 설명했다.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이 넘은 시점에서 이뤄진 해고 처분은 재량권을 넘어선 ‘과잉징계’라고도 판시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MBC 노동조합은 3일 성명서에서 “정상화위라는 폭력적인 조직에 대해 정식재판에서 그 위법성을 판결로써 밝힌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MBC 노동조합이나 공정방송노동조합의 의견을 묻지 않거나 정상적인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이익을 준 사규개정 사례들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위법적이거나 절차를 무시한 사규를 시정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도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은 정상화위의 조사를 근거로 한 부당해고가 불법적, 월권적임을 인정한 첫 사례”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최승호 MBC 사장을 겨냥, “해직의 아픔을 안다고 하던 해직 PD 출신 사장 체제에서 부당 해고자가 나왔다”며 “해직 기준 역시 ‘파업 동참자 무죄’, ‘파업 불참자 유죄’인 것인가. MBC는 정상화위의 반인권적 조사 등을 근거로 자행한 모든 징계와 절차를 철회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