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섬유업계의 선구자로 불리는 박용학 전 대농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2일 향년 9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 박용학 전 대농그룹 명예회장

1915년 강원 통천에서 태어난 박 전 명예회장은 1946년 대한기계작소를 설립한 이래 제분·방직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어 1968년 금성방직과 태평양방직을 인수했으며, 이듬해에는 미도파백화점을 인수, 유통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사세를 확장했다.

1973년에는 모든 사업체를 하나로 모아 대농그룹이 출발했지만 같은 해 일어난 제1차 석유파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법정관리 체제로 접어들었으나 10년 만에 법정관리를 면하기도 했다.

박 전 명예회장이 1989년 아들인 박영일 전 대농그룹 회장에게 경영을 넘긴 뒤 그룹은 미도파건설 등 10여개사를 설립·인수하며 사세 확장을 거듭해왔다.

아울러 같은 해 내외경제신문과 코리아헤럴드를 인수해 사업영역을 미디어부문에까지 넓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신동방그룹이 미도파의 경영권을 가져갈 목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면서 대농그룹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1998년에는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대농그룹은 주력기업의 최종 부도처리를 피하지 못하고 그룹 해체의 수순을 밟았다.

박 전 명예회장은 1980∼1983년 한국섬유산업협회장, 1991~1994년 한국무역협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박 전 명예회장의 유족으로는 아들 박영일 전 회장과 딸 선영·은희·경희씨, 디큐브아트센터 극장장 은희씨, 사위 이상렬 청운대 총장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며 발인은 4일 오전이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