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연합뉴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최근 북한의 남한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식량을 받아도 당당히 폼 있게 받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태 전 공사는 13일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5월 7일부터 13일까지 한주동안 북한 ‘노동신문’, 인터넷 매체들인 ‘메아리’ ‘조선의 오늘’ 등을 살펴보면 북한을 둘러싼 대외적 환경에 대한 김정은의 좌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과 불만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주 북한은 군대, 외교, 대남의 3축을 내세워 북한의 정상적인 화력타격훈련이 남북군사합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우리 군사당국을 성토하더니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우리 정부에 개성공단 재가동을 촉구했고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는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식량지원을 빗대고 ‘생색내기를 하지 말라’며 비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태 전 공사는 “특히 우리 정부에 동족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한 것은 식량을 주겠으면 빨리 주면 되는 것이지 시간만 끌면서 준다고 소문만 내여 ‘북한을 약자로 남한을 강자로’ 보이게 하는 구도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 이후 군사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방러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남북관계를 비롯해 북한의 외교활동은 올해 하반기가 되어야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개성공업지구 재가동 문제는 김정은이 4.12 시정연설에서 제재해제문제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한동안 사라졌던 이슈였는데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다시 시동을 걸어 보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내려진 것 같다”고 했다.

다음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원활하지 못한 것 같다”며 “북러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약속했으므로 김정은의 군사적 행보가 한동안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었으나 러시아 방문 후 오히려 군사행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김정은이 러시아방문을 통해 뚜렷한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지난 1월 시진핑을 찾아갔을 때 시진핑이 북중관계 설정 70주년인 올해중으로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고 최근 평양주민들 속에서도 시진핑이 상반년 안으로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소문이 없어졌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진핑으로서는 미중무역전쟁이라는 심각한 상황 앞에서 북한을 방문하여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타산하고 계획된 방문을 하반년경으로 미루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태 전 공사는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미국을 좀 자극하려고 했는데 트럼프대통령은 오히려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북한의 ‘생색내기’라는 비난에도 우리 정부가 식량지원을 계속 검토해 나간다니 김정은으로서는 약이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상황이 바라던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북한 내부에서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는 희생양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져 부서마다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과잉충성을 할 것이고 그러면 김정은으로서도 내부의 이러한 흐름에 떠밀려 군사적행보를 계속 이어 나갈 수밖에 없다. 결국 올해 상반년 안에는 미북비핵화협상이나 남북대화의 실마리를 찾기가 힘들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