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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사진=롯데면세점 |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면세점들이 수익성이 안 좋아 문을 닫는 마당에 추가로 3개를 더 오픈한다고 하니 할 말이 없습니다. 면세점이 늘어나면서 좋아할 곳은 보따리상과 중국인 관광객 대상 여행사밖에 없을 겁니다."
지난 14일 정부가 서울 지역 시내면세점을 3개나 추가하기로 하면서 나온 업계의 한숨 섞인 목소리이다. 2014년까지 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2015년 3개, 2016년 4개가 추가된 데 이어 이번에 추가로 3개가 늘어나면 15개(한화갤러리아 제외)가 된다. 면세점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대기업 면세점 신규 특허를 결정하면서 근거로 내세운 것이 매출액 2000억원 이상 증가와 외국인 관광객 20만명 이상 증가 등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 봤지 속내는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난 것이 과연 순수 관광객들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서울 시내면세점 앞에 줄을 서는 외국인들 상당수는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따이궁'들이다.
그들은 순수하게 한국에 관광을 온 것이 아닌 화장품 등 면세품을 저렴하게 대량으로 구입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들은 관광산업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국내 유통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그런 따이궁에 대한 고려 없이 단지 출입국자수 기준으로 나온 데이터로 시내면세점을 추가한 것은 '기계적 행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면세점들의 매출액 역시 따이궁 영향으로 늘었을 수 있으나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다. 면세점들의 영업이익이나 영업이익률을 살펴봤는지 궁금하다.
정부의 면세점 신규 특허 발표를 바라보는 업계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이제 면세점 사업을 키워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도전할 기회이다. 그러나 기존 시장을 지키고 있던 업체들은 마냥 눈뜨고 시장을 뺏길 수도 없다. 자칫 시장의 판도까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을 추가로 내기 힘든 상황임에도 시장을 지키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입찰에 뛰어드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면세점 포화 시장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 결국 시장을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치킨게임으로 끝날 것이다. 서울 시내에 면세점들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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