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인 김현아 의원은 17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부적절한 표현으로 고통받고 계신 한센병 환우들과 그 가족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날 사과는 전날 YTN과의 방송 인터뷰 중 문재인 대통령을 ‘한센병’에 빗대 표현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의원은 “너무 아파하지 말아달라”며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패스트트랙 정국 전후로 대치 상태를 이어오고 있는 여야는 이번 주 내내 입으로 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은 야당에, 야당은 여당에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면서 서로를 향한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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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사이코패스” 비난에 “한센병” 빗댔더니…
김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나 “시작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사이코패스’ 발언부터였고, 제 발언 전문을 보면 어떤 맥락에서 이 얘기(한센병)를 하게 됐는지 명확하게 나온다”며 “(언론 보도에서) 몇 개의 단어만 나열되면서 의도하지 않게 병으로 고통받는 분에게만 상처를 준 것 같아 더 이상 설명이나 부연하고 싶지 않다”고 해명했다. 언론이 진의를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인터뷰는 이렇다. 이 대표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국회에서 5·18 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다시 광주에 내려가겠다고 발표한 것은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김 의원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논박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표 의원은 “(사이코패스 발언은) 적당하거나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다만 내일모레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고, 그 이전에 광주 유족들이나 관련 단체들에서 요구한 징계 등에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서 나왔다는 정치적 맥락이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두둔했다.
표 의원은 “사이코패스란 용어 자체가 정신과 진단 분류 메뉴에도 최근 올라왔고, UN과 WHO에서 사용하는 표현이기도 하다”며 “잔혹한 범죄자에게 주로 사용하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공감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정치인들에게)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는 많이 사용됐다”고도 했다.
지난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설명이다.
이에 김 의원은 “자신의 상처에 대해 고통을 못 느끼는 병도 있다. 한센병”이라며 “대통령이 본인과 ‘생각이 다른 국민’을 ‘같은 국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국민의 고통을 못 느낀다면 ‘의학적 용어’를 쓸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생각이 다른 국민’은 한국당 지지자를 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임에도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언급한 문 대통령을 정조준한 것이다.
김 의원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을 사이코패스라고 한다면 자신의 고통을 느끼지 못해서 상처가 더 커지게 방치하는 것은 한센병”이라며 “대통령이 본인과 생각이 다른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같은 대입으로 대통령에게 ‘사이코패스 아니냐’라고 물어볼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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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센병’ 막말 파문을 일으킨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사과기자회견을 하며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
◇‘달창’도 도마 위…“프레임 씌우기” 반박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나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과 특별대담을 한) KBS 기자가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문빠는 ‘문재인 빠순이’, 달창은 ‘달빛창녀단’의 준말이다.
나 원내대표는 해당 발언 직후 여권의 공세가 거세지자 “정확한 의미와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쓴 바 있다”며 “결코 세부적인 뜻을 의미하려는 의도로 쓴 게 아니”라고 사과문을 냈다.
다만 사과문 이후에도 비판적인 보도가 쏟아지는 데 대해 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노총이 장악한 일부 언론과 포털의 한국당 극우 막말 프레임 씌우기가 도를 넘어도 지나치게 넘었다”며 “이는 전체주의의 시작이며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