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사회적 기업 지속 가능성, 벤처나 중기보다 어려워"
류재우 국민대 교수 "기업엔 선악 없어… 세금 좀비기업 양산할 것"
   
▲ 서울시가 지난 2011년 발표한 우수 사회적기업 공동 육성 브랜드 '더착한 서울기업'/사진=서울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서울 서대문구가 한국철도공사와 함께 '소셜벤처 육성 공간' 조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서울 서대문구 관계자에 따르면 구청과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는 지난 15일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 4층 '다같이카페'에서 가좌역사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소셜벤처 육성 공간’ 조성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철도공사는 가좌역사 내 186㎡의 공간을 제공하고, 서대문구는 6∼10개 소셜벤처기업 40여 명의 직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이곳을 리모델링한 뒤 저렴하게 임대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 바로 인접한 가좌역사 내에 소셜벤처 육성 공간을 조성하면 이 지역이 소셜벤처 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협약 추진의 배경이다.

양운학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장은 "가좌역사 내 유휴 공간이 착한 기업들이 성장해 가는 혁신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소셜벤처기업들이 이곳에서 꿈을 펼치며 지역경제와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간 조성과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2015년 '주요국 사회적 기업의 실패사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펴내 "영국과 미국의 사회적 기업 실패사례를 분석한 결과, 사회적 기업이 수익창출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보다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회적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낮은 원인에 대해선 성장 속도가 정체된 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노동생산성과 경영효율성이 낮으며 평판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점 등을 꼽았다.

또 보고서는 "사회적 기업의 내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직접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지원할 경우 사회적 기업이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소흘히 할 수 있고, 상호간의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직접적 지원 여부와 범위는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며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 류재우 국민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사진=박규빈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류재우 국민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착한 기업'을 언급했다는 것은 선과 악의 이분법적 시각을 갖고 접근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자체로 코미디다. 착한 기업이 있으면 나쁜 기업도 있느냐"며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자생적으로 크도록 도와주면 될 일이지, 왜 벤처 형태로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류 교수는 "공공기관들은 자꾸 유명무실한 '사회적'이라는 타이틀을 단 사업을 벌이는데, 공용재다 뭐다 하는 게 다 세금 사업이다. 이 같이 정부 재정이 결국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서 보조금에 의존하고, 지원이 끊어지면 존재할 이유나 가치가 하등 없는 좀비기업을 양산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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