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인텔·퀄컴, 화웨이와 '거래 중단' 선언
"구글 없이 '삼성전자 따라잡기' 쉽지 않아"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구글이 중국 IT 업체 화웨이와 거래 중단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글의 이 같은 조치로 국내 IT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지 않겠냐는 기대 때문이다.

21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현지시간 19일 화웨이에 대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관련 기술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일 인텔, 퀄컴, 브로드컴, 자일링스, 마이크론, 코보 등 미국 반도체 업체들도 화웨이에 반도체 수출을 중단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화웨이와 관련된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른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다. 양국의 갈등으로 거래 중단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화웨이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구글과의 거래 중단으로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구글 오픈소스만을 사용해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 시장의 경우 구글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수년 전부터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구글 의존도를 탈피하고 스마트폰용 부품 거래선 역시 다변화 해왔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거래 제한 조치가 길어지면 화웨이가 5G 스마트폰 프로세서, 무선주파수(RF)칩 등 반도체는 부품사를 다변화하기 어렵다”며 “자체 칩 개발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향후 사업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웨이에 반도체 칩셋을 공급하는 인텔과 퀄컴, 자일링스와 브로드컴도 수출 중단을 선언해 사업 전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지난 6월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MWC 2018 상하이'에 설친된 화웨이 전시 부스 /사진=연합뉴스

해당 기업들은 화웨이에 서버칩과 5G 네트워크 반도체, 스마트폰 프로세서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인텔과 퀄컴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지원하는 모뎀 칩셋을, 자일링스와 브로드컴은 화웨이에 와이파이를 비롯한 각종 무선통신 칩셋을 화웨이에 공급 중이다. 

이 칩셋은 스마트폰은 물론 PC, 태블릿, 유무선 공유기, 사물인터넷 기기 등에 탑재돼 사업 전체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편 화웨이의 이 같은 ‘위기’는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화웨이는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까지 오른 바 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화웨이는 올해 4분기엔 삼성전자를 제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글의 앱을 적용하지 않고 삼성전자를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제재가 계속되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2억580만 대에서 올해 1억5600만 대, 내년 1억1960만 대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반도체 시장에서의 국내기업 ‘반등’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불확실성은 확대되겠지만, 반도체 업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화웨이의 수출비중은 아시아 60%, 유럽 및 기타 지역이 40%다.

김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기업엔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부진에 따른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기, LG이노텍의 화웨이 매출 비중은 5% 미만”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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