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구글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권고에 따라 소비자에 불리한 내용으로 돼 있던 약관을 수정키로 했는데, 글로벌기업 구글의 불공정 약관에 대해 공정위가 전 세계 공정경쟁당국 중 처음으로 시정을 이끌어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시정권고에 따라 구글이 제출한 불공정약관 4개 조항의 시정안을 검토한 결과, 권고 취지에 맞는 것으로 판단하고, 약관 개정에 반영하도록 했다고 30일 밝혔다.

시정 약관은 준비 기간 등을 거쳐 8월 중순께 구글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다.

이 개정 약관은 한국 내에서만 적용된다.

우선 구글과 자회사인 유튜브는 회원의 콘텐츠를 서비스 운영·홍보·개선을 위한 범위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정된다.

현재 구글의 약관은 이용자의 콘텐츠를 '본 서비스 및 유튜브의 사업과 관련해' 사용할 수 있도록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공정위 시정 권고를 받았는데, 2차적 저작물 작성과 양도 등에도 이같은 목적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약관이 바뀐다.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계정 해지, 서비스 중단도 할 수 없게 돼, 개정되는 약관은 콘텐츠 삭제나 계정 해지 사유를 '이용자 또는 제삼자에게 위해를 야기한 경우' 등으로 구체화된다.

위법 혹은 유해 콘텐츠가 게시되면 콘텐츠를 먼저 차단하거나 계정을 해지하고, 그 사유를 회원에게 바로 통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서비스 변경이나 중단이 필요한 경우를 '성능 개선, 불법적인 활동 방지' 등으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회원에게 불리하게 계약을 변경·중단하는 경우 사전통지하도록 개선된다.

약관의 중대한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사전 통지를 하고, 30일 이후에 효력이 발생하게 하는 내용도 개정 약관에 반영된다.

구글은 약관에 대한 동의와 개인정보 수집 등에 대한 동의를 한꺼번에 받아 고객이 각각의 내용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동의할 우려가 있었는데, 개정되는 약관은 서비스 약관과 개인정보 수집 등에 관한 사항을 구분하고, 이용자로부터 각각 항목에 대해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변경된다.

앞서 구글은 과다한 개인정보 수집, 회원이 삭제한 콘텐츠 계속 보유·이용, 사업자의 포괄적 면책, 부당한 재판관할 합의 등 4개 조항은 자진시정하기로 한 바 있는데, 이번 4개 항까지 8개가 한꺼번에 반영된다.

이번 약관 개정은 공정위와 구글이 원활히 협의를 진행해 약관을 시정한 모범사례로, 특히 해외 여행사업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정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검찰에 고발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구글이 공정위의 시정권고를 수용해 이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태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불공정약관 시정으로 구글과 유튜브 회원의 콘텐츠가 자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했다"며 "이용자 이익을 침해하는 불공정약관을 시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