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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원 객원칼럼니스트 |
1990년대 이후 스웨덴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이민자들에게 천국과도 같은 나라였다. 당시 인구가 800만 명에 불과한 스웨덴의 입장에서도 이민을 오겠다는 사람들을 그야말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오랫동안 이민의 천국으로 불리던 미국은, 이민을 받는 미국의 입장보다는 이민자들의 입장에서 기회의 땅이었다면, 스웨덴은 이민자 뿐 아니라 이민을 받는 스웨덴도 이민자를 통해 절대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았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민자들에 대한 스웨덴 정부의 혜택이 매우 좋았다. 이민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스웨덴에 적응할 수 있도록 그야말로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으로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보통 이민자들은 처음에 언어의 장벽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스웨덴은 각 기초지방자치단체(코뮌)이 이민자들에 대한 무료 스웨덴어 교육을 실시했다. 뿐만 아니라 스웨덴어를 배우러 다니기만 해도 어늘 정도 생활이 가능한 지원금을 지급했다.
스웨덴에 입국해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번호(Persunnummer)를 부여받으면 스웨덴 시민과 동일한 모든 복지 혜택도 받게 했다. 즉 이민 초기에는 무료 스웨덴어 교육을 받으면서 돈도 받고 세금은 내지 않으면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스웨덴어 교육이 이뤄지면 직업 교육도 무료로 받는다. 무료 직업 교육을 통해 취업까지 알선해줘서 스웨덴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파격적인 이민자 대우에 따라 1990년대 이후 스웨덴은 인구 대비 이민자의 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게다가 1990년대 초반 유고 내전으로 발생한 보스니아 등의 난민을 시작으로, 이후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등의 중동 지방은 물론 북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의 내전의 난민들까지 스웨덴은 대거 많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그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2019년 들어 다겐스 뉘헤테르(Dagens Nyheter)나 아프톤블라데트(Aftonbladet) 등의 스웨덴 언론에서 일제히 ‘이민청의 예산이 삭감됐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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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8월초까지 운영되던 스톡홀름 솔나(Solna)의 대표적인 이민청. 8월 6일자로 다른 지역의 이민청과 통폐합되면서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사진=이석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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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청은 늘 스웨덴에 입국한 외국인들로 분주하다. 평소에도 긴 줄과 오랜 시간의 대기로 이주민들이 불편해 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그런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이석원 제공 |
스웨덴 정부는 이민청(Migrationsverket)의 예산을 2019년 들어서 800만 크로나(약 10억원) 더 줄이기로 했고, 직원 수도 2018년까지 8000명 선을 유지했지만 새해 들어서는 6000명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감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민청 관계자는 “2015년 이후로 이민자, 특히 난민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예산과 인력을 거기에 맞춰서 적절히 조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유럽에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난민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국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 3년 동안 난민 수용에 대해 상당히 방어적인 태도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는 9월에 총선거에서 반이민 반난민을 기치로 내건 스웨덴민주당이 의석수로 두배로 늘이며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또 최근 있었던 유럽 의회 선거에서도 스웨덴민주당은 약진했고, 기존 양대 당이었던 집권 사민당과 제2당인 보수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스웨덴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 전환은 국민들의 전반적인지지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스웨덴 이주를 계획하는 한국 등 다른 나라 사람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즉, 스웨덴 이민의 문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스웨덴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이민이라는 제도가 없다.
그러면 스웨덴으로의 이주는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워킹 홀리데이, 중단기 연수, 방문 연구원, 대학원 유학, 포닥이라고 불리는 박사 후 연수, 기업 주재원 등 다양하다. 하지만 대체로 스웨덴으로의 장기 이주의 방법들은 아니다.
스웨덴 이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은 현지 취업과 창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웨덴 이민청으로부터 워크 퍼밋(Work permit. 취업 허가)이라는 것을 받아야 한다.
취업 허가를 받은 사람은 스웨덴에 입국한 후 예약을 통해 이민청에서 UT카드라고 부르는 거주허가증(Uppehållstillstånd Kort)을 신청해야 한다. 취업 허가의 경우 UT 카드를 발급받으면 2년의 거주 허가 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 중 스웨덴 시민들과 동일한 복지 혜택이나 조세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개인 번호(Personnummer)를 세무서에서 신청해서 받는다. 이 번호까지 받으면 국적과 상관없이 스웨덴 시민과 거의 동일한 시민 자격이 주어진다. 참정권은 빼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민의 의미를 지닌 장기 이주를 위해서는 2년 후 취업 허가를 갱신해야 한다. 그러면 다시 2년 동안 체류할 수 있다. 그 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으며, 영주권을 받고 약 4~5년이 지나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시민권, 즉 국적 취득이 가능해진다. 영주권을 취득한 이후면 바야흐로 ‘스웨덴 이민’이 성사되는 셈이다.
그런데 스웨덴이 난민 뿐 아니라 비난민 스웨덴 이주에 대한 문도 좁히고 있다. 앞서 얘기한 이민청의 예산과 인력 삭감은 난민 심사와 지원 업무 뿐 아니라 취업 허가에 대한 심사, 스웨덴 입국 후 스웨덴 정착을 위한 제반의 심사와 지원 업무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력이 줄어들면서 취업 허가 심사 기간도 더 길어질 것이고, 거주허가증 발급의 기간도 더 길어진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취업 허가를 신청하고 심사를 받는 기간이 보통 3~10개월 정도였는데, 이미 하반기 때 6~15개월로 늘어났다.
스웨덴의 이런 변화들은 결국 ‘스웨덴은 이민의 천국’이라는 판타지에 깨어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옴을 의미할 것이다. /이석원 객원칼럼니스트
[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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