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이 여야 회담 형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당은 5일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국회 파행의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렸다.
황교안 대표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한국당을 제외한 4당 대표 회동을 제안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과 관련 “청와대는 우리 당과의 협상 과정을 언론에 흘렸다”며 “뒤에서 정말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또 “대통령은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국회를 빨리 열어 대책을 논의해달라고 하면서 순방 전 국회 정상화라는 여야 협상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며 “국회가 문을 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청와대와 여당의 불법 패스트트랙 때문 아닌가”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회 정상화를 바란다면 국회 파행의 원인이 된 불법 패스트트랙을 사과하고 철회하는 게 우선”이라며 “그러고 나서 야당 대표와 1대1로 만나서 경제정책 전환 방향을 논의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결단만 내리면 우리 당은 즉각 국회에 들어가서 국정운영에 적극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정상화에 대한 진정성이 전혀 없다”며 “언론을 통한 명분 쌓기, 여론전에만 급급하다. 다른 정당을 부추기거나 움직여서 한국당만 따돌리려 한다”고 보탰다.
나 원내대표는 “제1야당을 무시하는 행태와 자세를 가지고 그들이 오로지 얘기하는 것은 총선용 추경”이라며 “결국 민주당이 말하는 국회는 민생국회가 아니라 총선용 국회가 될 것이고, 국민을 위하는 국회가 아니라 청와대를 위한 국회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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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국회 부의장인 이주영 의원은 “최근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국회의장단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청와대는 연신 한국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회담을 제안하고, 여당과 여당 2중대를 압박해서 민생을 위한 추경을 들먹이며 제1야당을 마치 ‘발목잡기 당’인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협치할 진심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화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언론에 먼저 일정을 알리는 등 야당은 그저 따라오기나 하라는 식의 행태에서 보듯이 이 정권은 진정한 국회정상화의 민생 살리기에는 관심이 없다”며 “야당 탓, 국회 탓이나 하면서 정책 실패를 눈가림하고, 선거를 대비해 대통령부터 앞장서 있는 국민 편 가르기, 지지층 결집시키기에만 열중한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추경안 처리를 촉구한 데에는 “올해 본예산에 재해대책 목적예비비가 1조8000억원 책정돼 있고, 일반 예비비도 1조2000억원이지만 거의 집행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며 “왜 권한 내의 예산을 집행하지 않으면서 선심성 예산을 끼워넣은 추경을 편성해 국회가 통과시키라는 월권적인 압력을 행사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맞받았다.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북유럽 3국 순방에 나서는 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상진 의원은 “경제가 아주 어려워지고, 민생은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데, 대통령은 정상외교를 위해 유럽을 순방한다고 한다”며 “순방은 좋다. 정상외교도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이 답답해하는 것은 많은 현안을 풀지도 않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제1야당의 요구를 형식 운운하며 순방 전 여야 회담도 갖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국회 파행은 민주당의 책임만 아니라 청와대와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고 해야 할 것”이라며 “여야 형수회담을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받아들여 국회 정상화의 한 걸음을 내딛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 최고위원인 조경태 의원도 “도대체 해외 순방을 왜 가나. 해외 순방을 가는 이유는 국익을 위해 가는 것 아닌가”라며 “최근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에 대해 ‘대외 여건이 악화해 있으니 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와 교역 1위 국가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4%, 2위인 미국은 3.2%다. 우리나라가 –0.4%면 대외 여건과 관계없다는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