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5년 조선과 2014년 한국의 비교, ‘사법의 공법화’ 현상의 폐해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필요
|
|
|
▲ 김선정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
경제민주화 열풍 이후 민생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심화되고 있는 사법의 공법화 경향, 간섭주의와 정부팽창이 가져올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이러한 정치실패 중심에 국회 입법이 가장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무소불위의 절대권력 각축장이자 지역 포퓰리즘의 정쟁도구가 되어 버린 국회의 현주소를 되짚어 볼 때, 정치실패에 따른 심각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의원이 갖는 권한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입각해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나, 그들이 특권 뒤에 숨어 무책임한 발언과 무분별한 입법행위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정치실패의 중심에 선 국회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대대적인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
|
|
▲ 자유경제원 주최, ‘정치실패 중심에 선 대한민국 국회 진단과 해법’ 정치실패 연속 토론회 전경. 자유경제원은 ‘겉으로는 공익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는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실패에 대해 토의하는 토론회를 연속해서 주관하고 있다. 7일 토론회는 지난 6월 26일 ‘교통분야 정치실패 진단 -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공항과 도로는 왜 만들어졌을까’ 토론회에 이은 세 번째 토론회다. |
김선정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지난 7일 오전 10시 자유경제원 5층회의실에서 열린 ‘정치실패 중심에 선 대한민국 국회 진단과 해법’ 정치실패 연속 토록회에서 “지금은, 기업에 대한 보수규제를 강화하겠다면서 자신들의 보수는 규제할 마음이 전혀 없는 국회의 과잉보수에 대해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규율할 수 없는 시대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날 “공법 중심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국가는 강해지고 개인은 약해지는데, 이러한 점에서 시민중심의 민주사회라 일컫는 오늘날의 우리사회는 사법의 공법화가 훨씬 효과적인 입법이라고 오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잉규제의 대표적인 것으로 입법목적이 지나치게 추상적인 법률이 양산되고 그 안에는 물리적 강제력을 수반하는 억압적 내용들이 과감하게 도입되고 있지만, 그 입법효과에 대한 철저한 평가는 미뤄진다”고 설명했다.
또 “뒤늦게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어도 이미 악법의 그늘에서 기득권층이 되어버린 일군의 집단저항에 부딪혀 그냥 흘러가고 있으며, 이러한 법률들의 입법과정에 수반되는 소모적 논쟁과 입법실패가 가져 오는 사회적 비용은 결국 국민전체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들을 심판하는 것과는 별개로, 의원 개개인의 입법활동에 관하여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고 평가결과에 대한 공표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 교수를 비롯하여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김선정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법 현상에 대하여 여러 가지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발제자인 전삼현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사법의 공법화 현상”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의원발의입법은 물론 국회에 전적인 책임이 있고, 정부발의입법도 이런 경향을 보이지만 이 또한 법률제정권을 독점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하는 국회에 책임의 일단이 있다. 또한 기업에 대한 보수규제를 강화하겠다면서 자신들의 보수는 규제할 마음이 전혀 없는 국회의 과잉보수를 포함한 특권에 대하여도 민심이 사납다.
사법의 공법화, 그 역사
필자는 오늘의 법 현상을 보면 경국대전을 떠올리게 된다. 경국대전은 세조가 즉위한 1455년부터 본격적으로 제정작업에 들어가 30여년만에 완성된 조선왕조 500년의 치국의 근간이 된 대법전이다. 이 법전은 매우 훌륭한 우리의 문화유산이고 조선사회 통치에 긍정적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비판도 받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모든 국법체계를 공법화한 일이다. 당대의 국가나 사회체제를 도외시하고 오늘날의 잣대로 그 시대의 법전의 가치를 재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소견일 수도 있지만 그 당시 외국의 법률들이 발전하여 간 경위와 수준에 비교해 볼 때 당대 사회의 한계점을 노정하고 있는 것이다. 세조가 육전상정소(六典詳定所)를 만든 뜻은 후대에 길이 전할 우리 법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 노작(勞作)은 왕조의 멸망과 운명을 같이 하고 말았다. 그 이유를 단순히 일제의 법령이식사업과 강점기 이후 지금까지 갈수록 강해지는 외국법의 계수에만 그 원인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일제암흑기를 지나 화려하게 부활할 수도 있었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다.
사법의 공법화, 그 유혹과 폐해
문명국가이고 시민중심의 민주사회라고 하는 오늘 우리사회에서 사법의 공법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배경에는 그 것이 훨씬 효과적인 입법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사법의 공법화를 완성한 경국대전의 기본적인 방향은 치국과 치민을 동일시하는 것이었기에 시민이 주인 되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 이 법전의 기본적인 성격은 조선왕조의 통치이념을 법전화하는 것이었다. 결국 국민은 통치의 대상일 뿐이다 보니 극단적으로 사생활이라고 할 영역의 모든 사항들이 국가의 통제와 간섭 아래 들어가게 되었다. 공법중심의 사회에서는 국가는 강해지고 개인은 약해진다. 사회의 모든 이데올로기는 획일화되어 개인은 이에 봉사해야 한다. 사적 자치는 제한되고 가정생활, 부부관계조차도 형벌일색으로 다스려진다. 명령하고 강제하고 집행할 뿐인 공법시스템이 천지를 지배하게 된다. 인간의 창의성, 자기결정권이나 자율정신, 가치의 다양성은 사회에 대한 저항이고 제거할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이 공법의 과잉은 필연적으로 국가권력의 비대화를 가져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힘 쎈 관료조직의 비대화를 가져오며, 규제ㆍ감시ㆍ감독ㆍ통제하는 획일적 사회를 향해 치닫게 된다. 거기에는 권력 오남용의 위험이 그림자처럼 따라 붇는다.
오늘 우리 사회를 보면 육전상정소가 부활하였나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왜 국민의 모든 생활영역에 국가가 간섭하며 인가, 허가, 면허, 신고 같은 사전규제와 형벌, 과징금, 과태료, 이행강제금 같은 사후규제들이 원칙 없이 난무하는지 모르겠다. 기업활동과 관련해서 걸핏하면 징벌적 배상론을 전가의 보도처럼 빼들고 있다. 사법적 영역도 공법적 규제로 묶어두면 가장 효율적이라는 편의주의적 발상이 판치고 있다.
공법화 공정의 우려할 양상
오늘날 이런 사법의 공법화 현상은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째, 공법에 있어서도 과잉규제를 일상화하는 것이다. 둘째, 본래 사법이어야 할 법영역의 공법화로 진행된다.
첫째, 과잉규제의 대표적인 것으로 입법목적이 지나치게 추상적인 법률이 양산되고 그 안에는 물리적 강제력을 수반하는 억압적 내용들이 과감하게 도입되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입법효과에 대한 철저한 평가는 미뤄진다. 뒤늦게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어도 이미 악법의 그늘에서 기득권층이 되어버린 일군의 집단저항에 부딪혀 잘못된 줄 알면서도 그냥 흘러간다. 그러한 법률들의 입법과정에 수반되는 소모적 논쟁, 입법실패가 가져 오는 사회적 비용은 결국 국민전체의 부담이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둘째, 최근 들어 두 번째 문제도 심각하다. 대표적으로 사법인 상법으로 공법적 목적을 실현하려는 입법기도가 행하여지고 있는 사실이다. 공사법의 구별을 모호하게 하는 이런 잘못된 주장들이 힘을 얻으면 결국 모든 상법교과서들이 기술하고 있는 “상법은 사법이다”라는 명제는 틀린 것이 되고 법체계는 근간이 흔들리고 말 것이다. 1936년 독일노동자사회주의정당의 주도로 이루어진 독일 주식법의 내용을 연상하면 지나친 생각일까?
공법화 저지를 위한 입법평가의 객관화ㆍ여론화
우리 사회는 그리 너그러운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회에 대하여 우리 사회는 매우 관대하다. 입법의 지연, 무분별한 입법(내용이 없거나 비슷한 입법안의 남발, 포퓰리즘이거나 지역 또는 직역이기적 입법의 남발), 거기에 최근 청목회사건에 대한 대법원판결에도 나타났듯이 뇌물로 오염된 입법에 대하여 법률안 발의자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 여론은 드물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해서 안 될 일을 하는 것에 대하여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하여 심판한다고 한다.
그러나 선거혁명이란 매우 그럴듯 해보이지만 특정후보에 투표하는 동기는 매우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선거제도도 똑똑한 유권자의 입장에서 그리 신뢰할 제도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입법에 때한 냉철한 판단이 성난 민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입법권을 독점하면서도, 자연인 각자가 헌법기관이라고 하면서도 사실은 그의 입법활동에 대한 평가는 너무 소홀히 다루어지는 느낌이다. 의원 개개인의 입법활동에 대하여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고 이것이 공표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법의 공법화를 주도하여 결국 공권력의 강화로 법체계의 혼란을 가져 오고, 사법의 보편화현상에도 역행한 입법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제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권의 불포기도 입법의 유기
권소장님 발표도 부실한 입법활동이라는 맥락에서 살펴 볼 수 있다고 본다. 사실 보수란 어느 조직에서나 매우 복잡한 의미와 기능을 지니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금액만으로 단순비교하여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야가 의기투합해서 세비를 인상하고 의정활동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없는 혜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특혜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것들을 엄정히 평가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 특혜는 없애고, 의정활동에 필수적인 지원은 강화하되, 그 집행도 검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국회가 김영란법의 제정을 미루는 이유도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권소장님이 외형적 데이터를 갖고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셨는데, 앞으로 의원전관예우도 문제라고 걱정하는 여론이 높다. 관피아, 모피아, 철피아 등 부적절한 연결고리를 척결한 그 빈자리에 의피아가 들어설지 모른다고 걱정들이다. 전문성도 의심스럽고, 선거 때면 뒤도 안돌아 보고 떠나가는 행태가 조직을 망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직업선택의 자유, 영업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내 세워 가며 전관대우는 사실상 spoils system일뿐인데, 이게 마치 헌법상 권리인거처럼 논리적 무장을 하고 나타날 것이 이미 감지되고 있다.
마치며
다시 경국대전 이야기로 돌아가면 경국대전의 문제 중 하나는 입법의 주체인 국왕을 법적용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이다. 절대권력시대, "국왕은 불법을 행할 수 없다“던 영국의 Crown Act처럼, 누구도 자기를 규율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역사가 가르친다. 입법권은 전문가를 통하여 국민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 과도한 공법화, 보수의 적정화 문제에 대하여도 입법기관이 알아서 잘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반적인 공법화라는 법구조의 왜곡현상에 대한 문제점을 특히 법학계는 더 강력히 제기하여야 하고, 보수문제에 대하여도 국민들은 제대로 책정되고 집행되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