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소정 외교안보부장 |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이후 2019년 1분기 한국경제가 직전 분기 대비 0.4% 역성장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9년 1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실질 국민총소득(GNI)는 연초 최저임금 급등에도 불구하고 전기 대비 0.3%를 기록, 3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하지만 정부의 안이한 대처는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2019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서도 “통계와 현장의 온도차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부처 장관들은 대통령의 생각을 되풀이해 홍보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민생경제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위해 급격하게 올린 ‘최저임금 인상’의 역풍은 퇴직자들의 마지막 희망으로 여겨지던 ‘치킨집의 몰락’을 불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4일 발표한 것에 따르면, 매년 8000곳의 치킨집이 문을 닫을 정도로 줄폐업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자영업이 많아 시장포화 현상을 보이는 탓도 있지만 급격한 최저임금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치킨집은 2014년 한해 9700곳 창업 기록도 있을 정도로 자영업의 대표 격이다. 올 2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치킨집은 8만7000곳이나 된다. 치킨집이 문을 닫으면 사장은 물론 배달직원도 똑같이 실업자로 몰락했다. 특히 우리나라 자영업은 생계형으로 특징되기 때문이다.
‘치킨집의 몰락’ 현상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저숙련‧취약층 근로자를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게 만드는 현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동시에 OECD 평균을 훨씬 웃도는 자영업 포화 현실을 외면한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의 오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행이 2018년 11월 발간한 BOK경제연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및 무급가족 종사자 비중은 25.4%이다. 이 때문에 자영업이 무너지면 한 가족의 폭망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 25.4%는 OECD 평균 15.5%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반면, ‘복지 천국’이라고 불리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의 국가들의 자영업 비중이 10% 미만이다. 영국의 공공정책연구 기관인 IPPR(Institute for Public Policy Research)이 2015년 낸 ‘유럽 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9%, 덴마크 8.3%, 노르웨이 6.6%이다. 특히 유럽 국가에서 자영업 비중은 이민자 수와 비례한다고 한다.
강력한 복지정책과 선진 사회안전망이 갖춰진 북유럽 국가에 비해 취약한 우리나라의 자영업 구조가 경제 활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문재인정부의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은 한마디로 시장경제원리를 거스른 것이다.
이에 대해 사회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복거일 씨는 “가난에 대처한다는 선의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근거로 내세운 주장은 ‘경제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에 쏠렸고, 가계는 오히려 가난해졌다’이다. 즉, ‘임금 없는 성장’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노동시장에서 분배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이 2010년 이후 단 두 해 만을 제외하고 꾸준히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주장을 무색케 한다.
하지만 63.8%로 성장한 노동소득분배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요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7년 주요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을 살펴보면 영국 67.3%, 일본 68.7%, 독일 68.4%로 나타났다. 이 역시 고용구조상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탓으로 분석됐다.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수립에 참여한 김광두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지난해 8월 자리를 내려놓기 직전에 문 대통령을 만나 쓴소리를 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자신이 주창한 ‘사람중심경제’는 인적자본 축적을 위한 대인(對人) 투자로 ‘최저임금 인상’ 중심의 현 정부 정책기조와 다르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모든 경제정책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폐해가 워낙 큰 탓에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의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지금처럼 소득도 분배도 모두 악화일로인 상황에서는 ‘나쁜 정책’부터 고치는 게 정답이다.
모든 사람의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려고 하는 급진적인 이념정책은 시장경제원리가 작동하는 대한민국에서는 맞지 않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카드 수수료 인하가 영업소를 감축시키는 부작용 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보수우파 시장경제주의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론가인 복거일 씨는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점을 말하며 “노동자들에게는 적은 금액이 경쟁력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못 박아놓으면 그 임금을 지불할 고용주를 찾지 못한 노동자는 실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자유로운 경쟁'이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더 나은 경제,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겠다는 문재인정부가 놓쳐선 안되는 기본이지만 대통령 주변에 들을 귀가 없는 것이 좌파정부의 한계이다.
|
|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2일 오후 인천광역시 송도 경원루에서 열린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