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북한의 노동상을 지낸 김원봉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라고 말하며 높이 평가하자 후폭풍이 거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 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김원봉의 공적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때 8월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 드리고 술 한 잔을 바치고 싶다”며 그동안 독립유공자 서훈에서 제외된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고 “김원봉에 대한 헌사를 낭독한 대통령이야말로 상식의 선 안에 있는가”라며 “대통령의 추념사 속 역사인식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6.25에서 세운 공훈으로 북한의 훈장까지 받고 북의 노동상까지 지낸 김원봉이 졸지에 국군 창설의 뿌리, 한미동맹의 토대의 위치에 함께 오르게 됐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고 평가했다.
또 전 대변인은 “청와대와 집권세력이야말로 우리사회 가장 극단에 치우친 세력이라 평가할 만하다”며 “역사는 한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믿고 싶고, 보고 싶은 대로 공식연설을 작성해 낭독하고 이것이 하나의 새로운 역사로 규정되어 후대에 전달되는 것은 그 자체로 역사왜곡”이라고 성토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이 김원봉 ‘서훈 이슈’를 부각하기 위해 작심하고 발언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원봉 서훈 반대에 앞장서온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올 8.15광복절이든 기회를 봐서 김원봉에게 건국훈장을 주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며 “6.25전쟁 공훈으로 북측 훈장까지 받은 사람에게 건국훈장을 준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이 이념전쟁을 촉발시켰다는 지적에 “핵심 메시지는 애국 앞에 보수진보 없다 정파와 이념 뛰어넘어서 통합으로 가자는 취지”라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7일 “대통령의 연설은 임시정부도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어 구성됐고, 백범일지를 보더라도 김구 선생께서 임정 모두 함께하는 대동단결을 주창한 바 있다”먀 “약산 (김원봉)도 백범일지에 그렇게 나와 있고, 임정이 이념정파 뛰어넘은 점 등을 강조하는 취지로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하필 현충일을 맞아 호국영령 앞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6.25전쟁을 일으켜 우리국민의 생명의 앗아간 인물을 영웅으로 부각시킨 것은 무리한 좌파에 대한 복권을 시도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보수의 반발을 부를 휘발성 강한 이슈를 꺼내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5.18 기념사에서는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했고, 3.1절 기념사에서는 ‘빨갱이’를 언급하며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 “문 대통령은 신년사부터 현충일 추념사까지 매우 자극적이고 위험한 발언을 하고 있다”며 “도저히 보수우파가 받아들일 수 없는 발언으로 야당의 비난과 분노를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한 정당의 후보로 당선됐더라도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며 “그래서 대통령은 균형과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로 국민과 정치권에 누구의 편이냐고 다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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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모식에서 배우 김혜수 씨의 편지 낭독을 듣고 있다. 편지는 6.25 참전 용사 고 성복환 일병의 부인 김차희 씨(김정숙 여사 오른쪽)가 썼다./청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