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21명의 대한민국 청년들이 폴란드에서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이하(U-20) 월드컵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4팀 중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이 4강에 진출한 것은 1983년이후 36년 만이다.
U-20 대표팀은 감독의 말대로 ‘꾸역꾸역’ 상대를 꺾고 있다. ‘우승후보’ 아르헨티나, ‘영원한 라이벌’ 일본,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도 한국 대표팀에 꼬리를 내렸다. 대표팀은 상승세의 원동력을 ‘원팀’으로 표현하고 있다. 경기를 뛰는 선수, 벤치를 지키는 선수, 코칭스태프 모두가 한곳을 향해 힘을 모으고 있다.
|
|
|
▲ 승부차기 접전 끝에 4강 진출을 확정한 U-20 대표팀 선수들이 한국 응원단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 감독의 맞춤형 전략과 전술도 빛을 보고 있다. 우리 대표팀의 전력이 상대보다 뛰어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감하게 던지는 감독의 승부수가 척척 들어맞고 있다. 전반에 인내심을 갖고 버티다가 후반에 상대의 허점을 노려 승리를 얻고 있다.
리더의 치밀한 전술은 대표팀 ‘에이스’의 능력을 극대화했고, 다른 선수 사이에서도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일 세네갈과 8강전에서도 다 꺼져가던 승부의 불씨를 두 번이나 살린 것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선을 우리 경제계로 돌려보자. 여기에서는 ‘신뢰’와 ‘믿음’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역할을 하는 정부의 ‘선택형 전술’은 이미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안방에서는 ‘감놔라 배놔라’ 사사건건 참견을 하면서 밖에서 벌어지는 일은 애써 외면하는 일이 빈번하다.
우리의 ‘에이스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통상 마찰에 등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미·중은 서로 자신의 편에 서라며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과거 사드보복과 같은 경제 제재를 당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칙을 찾기 어려운 정부의 안일한 대응은 기업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최근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우리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U-20 대표팀의 성과를 ‘운’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전략과 노력, 팀워크가 밑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4강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기회’도 ‘행운’도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엄중한 경제 상황에 대해 얼마나 철두철미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XXX 때문에”, “XXX가 잘못해서”라는 말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이 전반전에 성과를 내지 못했으면 후반전에는 전술 변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냉철할 분석을 통해 족집게 경제 전술과 전략을 보여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