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이 진정한 보수고, 더불어민주당이 진정한 진보인지 잘 모르겠더라.”(최운열 민주당 의원), “보수와 진보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여상규 한국당 의원), “보수와 진보는 무엇이 모자라는가, 문제해결 능력이다.”(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국회 파행이 길어지는 가운데, 만나면 싸우기 바쁘던 여아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10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다. 여야 의원들은 보수·진보 가치나 대립 일변도의 정치 현실 등에 대해 각자의 생각과 반성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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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날 토론회는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의원 40여 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특히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임에도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이 20여 명 넘게 참석한 점이 이목을 끌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오신환 원내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이 8명이 자리했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이인영 원내대표가 참석하기로 했으나 일정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보수를 실질적으로 같이 하기 힘든 궤멸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정부가 원리주의적 좌파 이념에 매몰돼 우파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다른 것을 인정하고 출발해야 하는데, 서로 틀렸다고 생각해서도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 원내대표는 “한쪽에서는 ‘독재의 후예’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빨갱이’라고 하는 우리의 모습을 자성해야 한다”며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가고, 정치는 피폐해져 민생을 살피지 못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도부를 제외한 여야 의원들도 정치권이 극단적인 대립의 양상을 그리는 것과 관련,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보수와 진보는 모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며 “상대방을 당연히 인정해야 사회도 건강해지고 나라도 발전한다. 보수는 따뜻한 보수를, 진보는 온건한 보수를 지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가보면 민주당 의원이 한 분도 안 계시고, 민주당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가면 한국당 의원이 한 분도 안 계신다”며 “한국당이 진정한 보수고, 민주당이 진정한 진보인지 잘 모르겠다. 이러한 갈등도 국가의 거버넌스, 선거제도,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으로는 아무리 토론해도 다시 휘말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보수와 진보진영 공통의 문제점으로 ‘문제해결 능력의 부재’를 들었다. 그는 “결국 나라가 잘 되려면 정치가 잘 돼야 하는데, 대한민국 정치가 우리보다 잘 살거나 앞서가는 나라보다 뒤떨어진 이유는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실력과 경쟁력이 모자라는 부족한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보수와 진보가 서로 잘 하려는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또 “선거가 늘 발목잡기 식으로 노무현 싫으니 이명박 찍고, 박근혜 싫으니 문재인 찍는 식으로 흘러가면 나라의 미래를 위한 개혁 정치로 가기 힘든 것 아니겠나”라며 “갈등을 줄이기 위한 협치는 서로의 가치를 더 공유해나가고 잘하는 경쟁을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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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연합뉴스 |
협치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며 “그래서 협치를 해야 한다. 협치는 상대방을 틀렸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나와 다르다고 얘기할 수 있는 자세와 태도다. 정체성을 분명히 해서 상대방과의 경쟁이나 비판만이 아니라 정책으로 승부할 수 있는 각 진영의 노력과 자기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치가 단발성으로 한 번 만나거나 1대1로 정책을 입법해서 되는 게 아니라 제도화돼야 한다. 야당에 내각을 추천하는 기회를 주거나, 소연정 등 협치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이날 참석자 중 가장 젊은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젊은 층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향한 정치권의 관심을 주문했다. 이 최고위원은 “젠더 문제나 공정 문제에 있어 분명 보수와 진보가 접근해나가는 관점이 다를 것”이라며 “선진사회가 겪은 것처럼 안보와 경제 이슈에 준하는 이슈로 젊은 세대에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