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해 영업익 30%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기아차 노조, 파업 장기화로 매출이 쪼그라들고 고사 지경에 몰린 협력사 사정을 아랑곳 하지 않는 르노삼성 노조. 한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천태만상은 카르텔이 노조의 본질인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카르텔은 동일업종 시장참여자들이 경쟁의 제한 또는 완화를 목적으로 가격·생산·공급 등에 대해 (암묵적인) 협정을 맺어 형성하는 독점 형태다. 인위적인 구조로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상황을 말한다.
우리나라 노조 중 다수는 이러한 카르텔로 노동시장을 사실상 독점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과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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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자동차에 따르면 전면 파업 6일째인 10일을 기준으로 근무자 72.0%가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이탈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사진=연합뉴스 |
가장 최근 적발된 경우는 검찰 수사로 관련 비리가 밝혀진 부산항운노조다. 조합원 1만명 규모로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의 노무 독점공급권을 쥔 부산항운노조는 노조 차원의 조직적인 채용범죄를 대규모로 저질렀다.
부산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부산항운노조 인사 비리와 관련해 구속기소 5명을 비롯해 20명을 재판에 넘겼다. 앞서 대규모 검찰수사를 받았던 2005년 이후 노조위원장 6명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는 등 지난 14년간 불법 관행을 끊지 못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어기고 파업기간 임금을 달라며 파업을 끌고 있는 르노삼성 노조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전면 파업이 이어지면서 부산 지역 협력업체들 평균 매출이 30~40% 줄어들면서 고사 위기에 처했다. 지역에서는 노조의 이기심에 협력업체 줄도산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카르텔 행태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 4월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조합원 수십명은 수도권 아파트 신축공사장 출입문 한곳을 막고 근로자들 신분증을 검사하는 등 노조 소속 근로자를 쓰도록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도 한 신축현장에서는 조합원들이 현장 일용직 근로자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이용해 접대를 요구하기도 해 물의를 빚었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민노총 산하 현대중공업 노조가 몇일간 사측 주총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후 법원 퇴거명령까지 무시하는 무소불위 행태를 보여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정부가 최저임금 급등 및 주 52시간 근무제를 강행하면서 기업 인건비 등 노동시장 여건을 완전히 폐색시켜버렸다. 이에 따라 지난 2년간 근로자 노동생산성이 8% 올랐지만 최저임금은 최소 29% 이상 올라 사측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노동시장을 왜곡하고 자유로운 경쟁과 새로운 시장참여자들의 진입을 봉쇄하려는 일부 노조의 카르텔 행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