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집행부의 폭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노노(勞勞)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에게만 돈을 더 달라는 억지 요구로 임금·단체협약 재교섭을 무산시킨 뒤 전면파업을 선언했지만 절반이 넘는 조합원들이 파업을 거부하면서 정상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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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 /사진=르노삼성 |
11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노조가 지난 5일 실무협의에서 임단협 재교섭 실시가 무산되면서 전면파업을 선언했으나 이날 부산공장 오전 근무자 1429명 중 1019명은 정상 출근했다. 출근율은 71.3%(휴가자 제외)에 달했다.
노조원 기준으로 보면 주간 근무자 1090명 가운데 737명이 현장에 나와 67.6%의 출근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7일(66.5%)과 10일(67%)보다 늘어난 수치다.
노조의 전면파업 선언 직후인 지난 5일 오후 5시45분 이후에도 생산직 야간조의 절반가량인 400여명이 근무했고 휴일인 6일에도 엔진 수요가 밀려 회사가 진행한 엔진 생산라인 특근에 60여명의 근로자가 참여했다. 사실상 집행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이 같은 노노갈등, 그에 앞서 임단협 재교섭의 무산은 노조 집행부가 자초한 부분이 크다.
노조는 지난 3일부터 진행된 임단협 재교섭을 위한 실무협의에서 △파업 기간 임금 100% 보전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타결금 차등 지급 △파업 참여 횟수에 따른 조합원 간 타결금 차등 지급 등을 요구했다.
법적으로나 내부 규정상으로나 사측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이다. 더구나 파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회사보고 돈까지 들여가며 독려하란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회사 관계자는 "파업 기간 임금 보전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무시하란 얘기고, 타결금 차등 지급은 형평성 문제를 불러온다"면서 "그런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노조 집행부는 회사에 대한 요구사항에서 비조합원 및 파업 비참여 조합원을 차별하면서 노노 갈등도 스스로 부추겼다.
가뜩이나 르노 본사로부터의 물량 배정 여부나 실적 악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집행부 파업 지침에 대한 조합원들의 이탈이 큰 상태인데, 교섭에서 차별까지 한다고 하니 반발이 더 심해지는 모습이다.
집행부의 전면파업 선언 이후 이날까지 사흘간 공장 가동이 이뤄진 것은 이 같은 노조의 내부 갈등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조합원 3분의 2가량이 출근한 만큼 인원이 부족한 부분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해 정상 가동할 예정"이라며 "노조와 재협상을 위한 실무협의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르노삼성 노조의 극성으로 지난 1년간 '부분파업→잠정합의→부결→재협상 결렬→전면파업'이라는 과정을 통해 부품업계 및 지역경제 전반에 부정적 기류를 확산시키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을 반복하면서 납품 물량이 갈수록 줄어들자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부산과 경남, 울산에 있는 르노삼성 협력사 4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수 회사가 인력을 정리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경제 상황까지 무시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가 노조원들의 신뢰마저 잃고 있다"며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다시 모아 조속한 재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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