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결과가 공개되고 정부가 안전강화 및 산업생태계 지원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민관합동ESS화재사고원인조사위원회는 지난 11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배터리 시스템 결함 △전기적 충격 요인에 대한 보호체계 미흡 △운용환경관리 미흡 및 설치 부주의 △ESS 통합관리체계 부재 등을 화재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또한 화재사고 23건 중 14건은 충전완료 후 대기 상태에서 발생했으며, 충방전 과정과 설치·시공 중 발생한 것은 각각 6건과 3건으로 조사됐다. 제조·설치·운영 등 밸류체인 전 영역에서 부실이 발견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장세창 한국전기산업진흥회 회장은 "에너지 신산업 보급책의 일환으로 ESS 산업이 각광을 받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에서 사업이 추진돼 왔으나, 충분한 검토가 부족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점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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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김정훈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장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위원회는 "배터리보호시스템 등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제조사에게 총괄책임이 있지만, 설계·시공(SI)사의 책임도 있다"며 "각각의 책임소재는 화재 피해 정도에 따라 법정에서 가려질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수의 폭발사고가 비슷한 시기에 동일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에서 났으며, 절단불량을 비롯한 제조결함이 확인됐다"면서도 "이를 직접적인 화재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브리핑에서 "다만 제조결함이 있는 배터리를 가혹한 조건에서 장기간 운용시 위험요소로 될 수 있다"며 "실증에서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결함이 너무 중대하다고 판단해 위험성을 언급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구체적인 원인 규명에 실패했을 뿐더러 배터리셀과 관련해 간을 보는 듯한 설명을 하면서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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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대원들이 1월21일 울산시 남구 대성산업가스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반면 전기산업진흥회는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을 인용, "업계가 기대하고 화재위험에서 벗어나는 내용들이 대부분 반영, 향후 ESS 산업이 활성화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시장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특히 "설치기준과 통합관리기준 등 대책발표에 포함된 사항에 신속히 대응하고 사업장별 특성을 반영한 예방조치도 선도적으로 임할 것"이라며 "관련기술과 트렉레코드 축적 등으로 세계시장을 선점해가는 데에도 힘쓸 것"이라고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셀 제조사들은 당사자로 지목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KC인증 강화, KS표준 제정, 모니터링 강화 등 정부 정책에 힘입어 올 하반기부터 제품 수주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서 2017년 8월 전북 고창에서 풍력발전 연계용 ESS 화재를 필두로 전국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설비 가동중단 권고를 비롯한 조치를 취했으며, 올 1월부터는 학계·연구소·시험인증기관 관계자 등 19명으로 구성된 조사위를 설치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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