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난해 6월12일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차례 더 양 정상이 마주앉았지만 북한 비핵화의 ‘최종 상태’에 대한 합의가 불발된 채로 1년을 맞았다. 하노이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시한을 올해 말로 못 박은 지도 두달이 지났다.

12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며 3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다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어제(10일)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 친서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그것은 매우 개인적이고 매우 따뜻하고 매우 멋진 친서였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간 친서 교환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1월18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 친서를 전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답신을 보낸 이후 5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의 친서 외교가 재개되면서 북미 정상이 다시 마주앉을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졌지만 협상안이 그대로라면 진척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북미는 북한 비핵화의 최종 상태를 정하는 로드맵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2차 하노이회담에서 ‘빅딜’을 제시하며 핵시설은 물론 미사일 프로그램,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전체 대량살상무기(WMD)의 폐기를 제시했다. 반면,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를 내세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중 일부를 해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따라서 이번에 북미 정상이 마주앉는다면 하노이회담의 노딜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고, 이를 위해 협상 조건을 맞추기 위한 실무협상이 먼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소위 북한의 ‘스몰딜’과 미국의 ‘빅딜’의 미스매치로 결렬된 하노이회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상안을 조정해야 하고, 지난 4개월동안 북미 양측도 충분히 검토가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즉,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제재 완화를 얻으려면 최소한 하노이회담보다는 일보 진전한 조건인 영변핵시설 플러스 알파(+α)를 제시해야 한다. 미국도 비핵화 정의에 대한 합의를 목표로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해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포함된 내용인 새로운 관계 수립, 안정적인 평화에 대한 제시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받는 절차이다.

마침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지난 7일 한국군사학회 등이 주최한 국방‧군사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여전히 비핵화와 병행해서 미북 관계를 변화시키고,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진행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1차 북미정상회담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불명예를 안고,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빅딜’ 제시로 김정은 위원장을 흔들어본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해 어떤 카드를 쓸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실패를 만회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뜻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보다는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의 명확한 태도 변화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곧 재선 가도에 오를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3차 북미정상회담이 기회이자 제약이기 때문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1일(현지시간) 3차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의 결심에 따라 개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소리 방송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이 주최한 행사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진정으로 열쇠를 쥐고 있다. 그들이 준비되면 우리도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 문제가 어떻게 마무리될 수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밤 별세하면서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의 의지를 판별하는 시금석이 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고 이희호 여사 장례에 조문단을 보내지 않고 김여정 당 1부부장을 통해 판문점에서 조전과 조화만 전달해 대화의 판은 살아 있지만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계산된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V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