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은 정부·여당이 처리를 요구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맹폭하고 나섰다. 13일 국회에서 ‘재해 및 건전재정 추경 긴급토론회’를 연 한국당은 추경이 지닌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 재정 건전성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전날 ‘경제실정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당이 국회를 열겠다는 목적은 첫째도 추경, 둘째도 추경, 셋째도 추경”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이 자신 있다면 경제청문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추경으로 덮어야 할 정책실패가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 아닌가, 경제청문회를 못 받아들이는 것은 정책 집행자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을 하면 3조6000억원이나 빚을 지게 된다. 빚더미 추경이다. 나라 빚을 내는 것은 결국 청년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오직 추경에만 목매는 진짜 이유를 국민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본질이 무엇인지, 위험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건 국회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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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재해 및 건전재정 추경 긴급토론회에 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종배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매년 추경을 하고 있다. 매년 추경한 정부는 이 정부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기가 어려우니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게 추경의 이유인데, 지금까지 추경 결과만 보면 별 효과도 없었다. 정책실패 회피 수단으로 쓰는 것”이라고 보탰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를 맡은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이 불가한 이유로 △추경 요건 미해당 △불필요 사업 포함 △국가채무관리 어려움 △재정지출 증가에 따른 효과성 부재 등을 제시했다.
양 교수는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를 넘으면 국세 수입 증가로 국채 이자를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일본이 1992년 경험한 것과 같이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세입이 늘지 않으면서 재정을 이자 갚는데 쓰는 게 일본의 사례로 우리도 그 단계에 왔다. 현 단계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위해 모두가 지혜를 짜낼 때”라고 짚었다.
토론자로 나선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국가채무 비율에 따라서 경기가 좌우된다. 재정 건전성에 신뢰가 있다면, 향후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겠다는 신뢰가 있다면 국민은 돈을 쓰게 된다”며 “재정 건전성을 재고하는 게 경기를 부양하는 요소라는 것은 이미 유럽국가에서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6조7000억원 추경 중 3조6000억원은 빚을 내서 하겠다는 것인데, (정부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어놨다. 세금을 높이고, 최저임금을 올리고, 노동시간을 왜곡시키고, 규제를 늘린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의 추경은 경제 활성화가 아닌 정치 활성화”라고 꼬집었다.
이후 자유토론에서 김광림 의원은 “어느 경우에도 빚내서 쓰는 3조6000억원은 막아야 한다. 만약 (재정을) 늘린다면 성장동력을 유발하는 내용을 골라서 채워넣을 수 있는 준비도 같이해야 한다”며 “(현 추경은) 자기 정권을 유지하고, 내년 총선·다음 대선을 대비하기 위한 재정퍼줄리즘”이라고 했다.
송언석 의원은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국가 채무비율에 포함되는 요소가 적다는 점을 들어 “국가가 부담하는 채무비율을 해석할 때 굉장히 유의해야 한다”며 “경제정책 실패로 드러난 경제 참사를 재정 허물어 ‘땜빵’한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경호 의원은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조원 재정을 풀면 한해 경제 성장률에 약 0.1%의 영향을 미친다. 즉, 6조7000억원의 경우 0.06~0.07%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산된다. 통상적으로 성장률을 전망할 때 오차범위 내에 들어온 것”이라며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없다’ ‘경기부양이 된다 안 된다’는 것은 사기다. 경기부양이 된다는 것은 엉터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희경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기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세수호황 부분을 감추고 건전재정을 한 것처럼 국민을 호도했고, 재정을 확대해도 된다는 얘기만 하며 선전하고 있다”며 “경제를 회생 불가능한 상태까지 몰고 간 정치인, 경제 관료의 이름을 기록해 후대에 반드시 남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현아 의원은 “국가재정을 이야기할 때 간과하는 게 지방재정과 지방정부 채무”라며 “(현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높여 지방정부의 지방세 수입이 되는 재산세를 증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지방재정을 감시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입법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