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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부부장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애도하는 조의문과 조화 전달하기 위해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남측 인사를 만나고 있다./통일부 |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판문점에 온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모습을 직접 촬영해 언론에 제공하면서 발언을 모두 ‘무음 처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의 요청이 없었는데도 정부가 삭제한 것으로 확인돼 지나친 ‘북한 눈치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고(故) 이희호 여사 장례에 보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전과 조화를 전달하기 위해 지난 12일 김여정 1부부장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으로 파견했다. 북한은 이런 사실을 통보하면서 ‘책임 있는 인사’의 방북을 요구함에 따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통일각에 올라갔다. 양측은 약 15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후 통일부는 판문점 통일각에서 김여정 1부부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의 만남을 자체 촬영한 1분44초 분량의 편집 영상을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 하지만 통일부가 제공한 영상에서 음성은 모두 소거된 상태였다. 사실상의 ‘언론 통제’인 것이다.
당초 정부는 기자들의 현장 취재를 불허했다. 유엔사 통보, 돼지열병 방역 등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과 같은 절차를 거쳐 판문점에 갔다. 대신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영상 제공 의사를 밝혔고, 무음 처리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었다.
정부는 또 이날 오전 북한으로부터 ‘김여정이 오후 5시 판문점에 온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지만 만남이 이뤄지기 2시간 전인 오후 3시에야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내부 협의 과정에서 (삭제가)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삭제를 요청했나’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면서 “앞으로 이런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 다하고, 이런 상황에 대해서 간사단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무음 편집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원본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김여정 1부부장은 당시 통일각에서 “(장관급인) 안보실장께서 나오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고 박지원 의원이 전했다.
통일부는 지난해 1월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방한했을 때도 현 단장의 육성을 지운 영상을 언론에 제공했다. 당시 취재진이 현송월에게 접근하자 국정원 관계자가 “(현 단장께서) 불편해하신다. 질문 자꾸 하지 말라”며 막은 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