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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자신의 가족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에 돈을 벌어주기 위해 그룹 계열사들에 김치와 와인을 억지로 '강매'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일반 김치보다 2~3배 비쌌으나, 식품위생법 기준도 맞추지 않은 불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티시스'의 사업부인 '휘슬링락CC'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역시 총수일가 지분율 100%인 '메르뱅'으로부터는 와인을 사들인 사실을 적발, 이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은 물론, 태광산업과 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1억 8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지난 2014년 상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그룹 계열 골프장인 휘슬링락CC가 공급한 김치 512t을 95억 5000만원에 구입했다.
김기유 실장이 김치 단가를 종류에 관계없이 10㎏에 19만원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계열사별 구매 수량까지 할당해 매입을 지시했으며, 각 계열사는 이를 다시 부서별로 물량을 분배했다.
계열사들은 이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나 판촉비 등으로 구입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택배를 통해 일방적으로 보냈다.
직원들이 '보너스'처럼 받은 것이지만, 태광산업 등 일부 계열사는 이 김치를 사려고 직원들의 사내근로복지기금에도 손을 댄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휘슬링락CC 김치를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구매하게 된 것은 휘슬링락CC가 속한 회사인 티시스는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휘슬링락CC는 원래 동림관광개발(총수일가 지분 100%)이 설립한 회원제 골프장이었으나, 영업부진으로 고전하다 티시스에 합병됐는데, 합병 이후 티시스의 실적까지 나빠지자, 이를 만회하고자 '김치사업 몰아주기'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김치는 제대로 된 김치도 아니었다.
강원도 홍천의 한 영농조합법인에서 위탁 제조됐으나,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이나 영업등록, 설비위생인증 등을 준수하지 않아 고발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김치는 월등히 비싸, 알타리무김치든 배추김치든 1㎏당 1만9000원으로 계열사에 팔렸다.
CJ '비비고' 김치의 경우 배추김치는 ㎏에 6500원, 알타리무김치는 7600원이라는 점에서 태광의 '회장님표' 김치는 2~3배 비싼 것이고, 휘슬링락CC 김치의 영업이익률은 43.4~56.2%에 달해 지난 2016~2017년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3~5%)의 11~14배에 달한다.
태광그룹은 2015년 7월부터는 아예 계열사 온라인 쇼핑몰에 직원 전용 사이트인 '태광몰'을 구축하고서 김치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식으로, 계열사의 김치 구매를 더욱 체계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각 계열사는 복리후생비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털어, 상당한 금액을 휘슬링락CC에 지급했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는 이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지분 100%를 갖고 있고, 부인이 대표이사를 맡은 계열사인 메르뱅으로부터 와인을 46억원어치 구매하며, 일감을 몰아준 사실도 적발됐다.
그룹 경영기획실은 2014년 8월 명절 때 메르뱅에서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계열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임직원 선물 지급 기준을 개정, 복리후생비나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으로 와인을 구입했다.
계열사는 경영기획실 지시에 메르뱅이 제시하는 가격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태광 19개 계열사가 2년 넘게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 제공한 이익은 33억원 이상에 이른다.
김치 고가 매입을 통해 휘슬링락CC에 넘어간 이익은 25억 5000만원 이상이며 이는, 대부분 이 전 회장과 가족들에게 배당 등으로 지급됐고, 와인 대량 매입을 통해 메르뱅에 제공된 이익은 7억 5000만원이며 이 전 회장의 부인 등에게 현금배당, 급여 등으로 제공됐다.
티시스는 2013년 당기순손실이 71억원이었지만 2014년 순이익 30억원을 기록, 흑자 전환해 2015년 115억 6000만원, 2016년 160억원 등 순이익을 키웠고, 메르뱅도 당기순이익이 2015년 5억 7000만원에서 2016년 12억 4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김성삼 기업집단국장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아래 합리적 고려 없이 상당한 규모의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한 첫 제재"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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