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온오프제 부작용으로 PC빌려가며 작업…"불편 가중"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다음달 주52시간제 도입을 앞에 두고 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사 대부분이 주52시간제 시범도입을 선제적으로 진행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업계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 여의도 전경/사진=미디어펜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은행업계는 업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회의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소시키고, 집중근무 시간 등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신한은행은 회의시간에 알람을 맞추거나 서서 회의를 진행하는 등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원 회의는 사전에 안건을 안내해 효율성을 높였다. 

또한 직급별로 한 해에 일정 시간을 이수하는 의무 교육을 폐지하고, 모바일 교육 플랫폼 '신한 쏙(SOK)'을 통해 틈틈이 원하는 시간에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상황에 맞게 출퇴근을 하는 탄력근무를 하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집중근무시간을 두기도 했다.

국민은행도 '스탠딩' 회의를 하고 있다. 태블릿PC로 회의 내용을 확인하도록 해 회의자료를 출력하는 등 회의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도 줄였다. 또 보고서 작성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도록 파워포인트 보고서를 전면 금지하고 키워드 중심으로 작성하도록 했다.

KEB하나은행은 오는 24일부터 '하나·하나·하나' 캠페인을 진행한다. 회의는 주 1회, 시간은 1시간 이내, 자료는 1일 전에 배포하자는 의미다. 보고는 사내 인트라망을 통해 비대면으로 하되 보고 자료는 한 페이지 내로 하도록 했다. 

또 하나은행 역시 회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알람시계를 구매해 회의실에 배치하기로 했다. 본점에서 오전에는 9시30분∼11시30분, 오후엔 2시∼4시를 집중근무 시간으로 운영해 타부서 방문을 자제하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회의 자료는 1장 이내, 회의 시간은 1시간 이내, 회의 결과 회신(피드백)은 1일 이내로 하자는 '1·1·1'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회의에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자리를 자율적으로 앉도록 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매주 금요일 오전 8시에 열리던 경영위원회를 오전 9시로 미뤄 정규 근로시간 내에 회의를 소화하게 했다. 오전 10시∼11시30분, 오후 2시∼4시인 집중근무 시간엔 불필요한 외출, 이석(자리 뜨기), 회의, 업무 지시 등을 자제하고 개인별 주 업무를 처리하게 했다.

산업은행도 퇴근후 카카오톡이나 회식을 자제하기로 노사간 협약을 한 상황이다.

보험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주요 보험사들은 PC온오프제와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근무시간 단축에 앞장서고 있다. 

PC온오프제는 사내에서 정해진 시간에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제도로 오후 6시 또는 7시에 PC가 자동으로 꺼져 더는 일하지 못한다. PC가 꺼지기 10∼30분 전 모니터 화면에 공지가 떠 근무시간 종료를 알리고 추가 근무를 하려면 신청하라고 안내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현대해상,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은 PC온오프제를 조기 도입해 운영 중이다. 

또한 삼성생명은 지점장과 보험설계사 간 아침 회의시간을 종전 오전 8시 40분에서 오전 9시로 늦추기도 했다.

교보생명과 NH농협생명 등은 ‘패밀리데이·가족사랑 실천의 날’ 등을 정해 부서회식이나 모임을 금지하며 오후 6시 정시 퇴근에 앞장서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도 주 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PC온오프제와 함께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주52시간 도입 준비를 마친 상황이며 사실상 이미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업무 과다와 끝내지 못한 잔업 처리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해 실상은 더욱 참담하는 목소리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실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줄어든 업무시간으로 인해 오히려 업무강도는 강해졌다”며 “PC온오프제 역시 할당 시간이 남은 직원의 컴퓨터를 빌려가며 업무를 처리해야해 일을 처리하는데 번거로움이 늘어났다”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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