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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례대표제 폐지를 중심으로,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위한 대국민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미디어펜 |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47명의 비례대표 의원들 가운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불과 2명뿐이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례대표제 폐지를 중심으로,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위한 대국민 토론회’에서 이렇게 밝힌 뒤 “결국 2명을 제외한 나머지로서는 비례대표가 지역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이 됐다. 기회를 엿보는 자리로 전락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조 최고위원은 이어 “국민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한다. (IMF 당시인) 16대 국회는 27석의 의석을 스스로 줄인 적이 있는데, 20대 국회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면서 “정치개혁의 으뜸은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그간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이 주장해 온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신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의원 정수를 줄이는 내용을 자당 안으로 내세워왔다. 지난 3월에는 비례대표제 폐지와 의원 정수 10% 감축(300석→270석)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발의한 상태다.
축사를 맡은 황교안 대표는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국민의 의사를 의석에 반영시키자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운영 과정을 보면 공천의 불투명성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며 “올바른 민심을 담아내고 제대로 논의해서 비례대표를 없애거나 혁신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민주당과 야3당이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밀어붙일 때 뭐라고 했나,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수도 없이 이런 말을 하며 패스트트랙에 태웠는데, 그래놓고 연동형 비례제를 하면 지역구 의원 숫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내 표가 어디로 갔는지 계산도 안 되고, 의원 정수가 늘 수밖에 없는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게 국민의 바람”이라며 “이런 민심을 외면하고 자신들 이익만 챙기려 하는 민주당과 야3당의 행태는 분명히 심판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비례대표제가 그동안 우리 정치에서 기여해 온 긍정적인 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대의 요청이 비례제 폐지와 투명하고 민주적인 정당으로 나아가라고 하고 있다”며 “비례대표제 폐지와 의원 정수 축소라는 국민의 명령을 어떻게 구현할지 지혜를 제시해야 한다”고 보탰다.
이어진 발제와 토론에서는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은 물론 패스트트랙 국면에 대한 한국당의 대응 방안도 제시됐다.
발제자로 나선 정연태 국가혁신포럼 회장은 “지역구 의원은 선거에서 검증이 가능하지만, 비례대표를 뽑는 것은 ‘깜깜이 투표’를 하는 것과 같다”며 “한국당은 6월 말로 끝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민주당) 요구를 들어주되 (정개특위) 안에서 비례대표제 폐지와 의원 정수 10% 감축 등을 관철해야 한다. 정개특위 밖에서 논의해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주문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정략적으로 비례대표제는 정부와 여당의 의석수 증가 수단으로 활용돼왔다”며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에는 5% 득표한 정당에만 비례대표를 주는 이른바 봉쇄조항이 들어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당명부에 순위를 누가 배정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달라지는 현실에서 정당의 권위주의적 성격, 소수의 정당 권력자들에 의한 가신형 비례대표 양산 내지는 은밀한 금전을 통한 금배지 구입 유혹은 불가피하다”고도 꼬집었다.
음선필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현재까지 방식으로 운영된 비례대표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라며 “다만 비례대표제 도입을 염두에 둔 헌법규정을 존중해 현행 비례대표제가 헌법적 기능에 충실하도록 제도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중재안을 냈다.
김병민 경희대 겸임교수는 “정개특위는 비례대표제 폐지는 물론, 정치자금법 등 관련 현안 처리를 위해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 전 특정 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도 개편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기타 논의를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비토 여론이 상당하다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황 대표와 조 최고위원, 정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김광림·추경호·김상훈·김재원·이진복·송희경·안상수·이현재·곽대훈·박명재·최교일·윤종필·장석춘·윤재옥·정갑윤·전희경 의원 등이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