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문재인 후보의 탈원전 공약을 보고도 투표한 것은 맞지만, 정책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한 원자력 업계관계자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 처사였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실제로 원자력학회가 KAIST를 비롯해 원자력 관련 학과가 있는 국내 18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원자력 전공자(학사·석사·박사) 입학생은 2015년 854명에서 2016년 868명, 2017년 908명으로 상승세를 그렸으나, 지난해 813명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학업을 중도포기한 학생 수도 56명으로, 2015년(24명)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는 등 공약 실천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미래를 이끌 '유망주'들이 살길을 찾아 나서면서 원전 인력 생태계조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원전 해체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는 등 관련 산업 키우기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냉소를 보내고 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전해체는 건설·운영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밸류체인을 유지할 수 없다"면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원전해체의 경우 폐기물 처분 관련 비용이 40% 가량을 차지하는 등 부가가치가 낮다"며 "해외원전 해체 역시 세계적으로 원전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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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 전공자 입학생·학업 중도포기자 추이/자료=한국원자력학회 |
원자력 공기업에서 종사하던 인력들도 직장을 떠나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2016년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한전전력기술의 자발적 퇴직자는 171명이었으나, 2017~2018에는 264명으로 많아졌다. 회사별로 보면 한수원의 경우 95명에서 143명으로 50.5% 늘어났으며, 한전KPS와 한전기술에선 각각 102.4%, 8.5% 증가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원전 인력들의 퇴직·이직·채용 등 변화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이를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으나, 학회가 원자력 전공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0%는 에너지정책이 복수전공 선택 및 전과 고민에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탈원전 정책의 충격을 받고 있는 두산중공업에서 지난해말 김명우 사장이 사의를 표한 데 이어 올해 들어 과장급 이상 관리직 2400여명을 대상으로 순환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5년 내에 협력사들이 도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를 외쳤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으나, 정작 현재와 미래의 원자력을 책임질 사람이 먼저 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 인력이 떠나는 현상을 막는 유일한 길은 탈원전 정책의 철회 뿐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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