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만남에서 생산적인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기선 부사장은 협력 관계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수차례 드나들며 실무협상을 지휘하는 등 현대중공업을 대표한 대외 스킨십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노하우로 그가 이번 만남을 통해 사우디 내에서 발주되는 선박과 프로젝트 등에 대한 수주 우선권을 확보해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사장은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기존 사업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해 다양하게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장소는 대략 정해졌지만 비밀리에 부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석유회사 아람코 등에 5조원을 들여 합작사인 ‘킹 살만 조선소’를 설립하는 데 합의했다. 해당 조선소는 지난해 3월 ‘IMIC’라는 이름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분 10%를, 아람코가 50.1%, 람프렐 20%, 바흐리가 19.9% 보유하고 있다. 조선소 운영 참여를 발판으로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에서 발주되는 선박에 대한 수주 우선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중공업과 사우디의 전략적 협력 관계는 정 부사장의 치밀한 준비에 의해 이뤄졌다. 

그는 현대중공업과 아람코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 체결 전 태크스포스(TF)를 구성해 6개월이 넘도록 협약 체결에 힘을 쏟았다. 권오갑 당시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아람코 프로젝트는 정기선 총괄부문장이 더 잘 안다”고 밝히며 업무협약 체결을 전적으로 정 부사장에게 맡겼다. 그는 팔리흐 당시 아람코 사장, 누아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이 현대중공업을 방문했을 때 직접 영전에 나서는 등 발로 뛰는 적극 실무를 펼쳤다. 

현대중공업이 미래 먹거리로 꼽은 사우디 합작 조선소 건립도 정 부사장이 전무 시절부터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조선소 건설 프로젝트 협의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과 아람코 경영진을 만날 당시 은으로 만든 거북선을 선물했다. 거북선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특별한 손님을 만날 때 준비한 선물로 그가 이 사업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아민 알 나세르 아람코 사장은 이를 두고 “(정 사장의)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함은 정주영 일가의 DNA”라고 말했다. 

이번 만남으로 마르잔 유전개발 프로젝트를 비롯해 바흐리 발주 등에도 파란불이 켜질 것이란 평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순방지마다 통 큰 경제적 협력을 이끌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280억달러,  파키스탄에서는 200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달 인도 뉴델리 방문에서는 향후 2년간 약 1000억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람코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이뤄지는 2개 해양 패키지 사업인 ‘마르잔 유전개발 프로젝트’ 발주를 앞두고 있다. 공사비가 60억~70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현대중공업은 이탈리아 기업인 사이펨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 이 밖에 미국 맥더멋-중국 COOEC 컨소시엄, 인도 L&T-아부다비 NPCC 컨소시엄 등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바흐리는 아람코와 최대 20척의 원유운반선 및 탱커선 발주를 계획 중이다. 바흐리는 세계 최대 규모(37척)의 초대형 유조선을 갖춘 아람코 산하 선사이자 고객사다. 현대중공업은 바흐리가 발주한 원유운반선 등의 건조 실적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유력한 수주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