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대둔사 삼장보살도·이인문 강산무진도 등 10건
   
▲ 보물로 새로 지정된 조선 천문시계 '혼개통헌의' 모체판과 성좌판 [사진=문화재청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지난 2007년 일본에서 환수한 조선 후기 천문시계인 '혼개통헌의'가 보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실학자 유금이 1787년에 제작한 혼개통헌의를 포함, '구미 대둔사 삼장보살도',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 등 10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혼개통헌의는 이슬람 지역 천문시계 '아스트롤라베'(Astrolabe)를 변형한 도구로, 서양 선교사 마테오 리치에게 배운 명나라 학자 이지조(李之藻)가 아스트롤라베 해설서를 번역, 1607년 펴낸 '혼개통헌도설'(渾蓋通憲圖說)에 근거해 만들었다.

보물 제2032호 혼개통헌의는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작 사례가 알려진 것으로, 1930년대 일본인 도기야(磨谷)가 대구에서 사들여 일본으로 가져갔다가 한국에 환수돼, 실학박물관에 있다.

별 위치와 시간을 알려주는 원반형 모체판(母體板)과 별을 관측하는 지점을 가르쳐주는 T자 모양 성좌판(聖座板)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체판 앞면 중심 구멍에 핀으로 성좌판을 끼워 회전해 가며 사용한다.

모체판 외곽은 24등분해 시계 방향으로 시각을 새겼고, 남회귀선·적도·북회귀선을 나타내는 동심원을 바깥쪽부터 차례대로 표시했으며, 양면에는 '건륭 정미년에 약암 윤 선생을 위해 만들다'(乾隆丁未爲約菴尹先生製)라는 명문과 '유씨금'(柳氏琴)이라는 인장이 있어 제작자와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다.

또 '구미 대둔사 삼장보살도', '김천 직지사 괘불도', '고창 선운사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이 각각 보물이 됐다.

구미 대둔사 삼장보살도는 18세기 경북 지역에서 활동한 승려화가들이 천상·지상·지하 세계를 관장하는 보살을 그린 그림으로, 1740년 영산회상도·제석도·현왕도·아미타불도와 함께 만들어 대둔사에 봉안했으나, 삼장보살도만 남아있다.

가로 279㎝, 세로 238㎝ 크기 화면에 천장보살, 지지보살, 지장보살을 정연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배치한 삼장보살도는 16세기 이전 작품이 대부분 해외에 있고, 17∼18세기 그림인 '안동 석탑사 삼장보살도'와 '대구 파계사 삼장보살도'도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이라, 희소성이 있다고 평가됐다.

1803년에 승려화가 13명이 공동 제작한 12m 높이 직지사 괘불도는 19세기 괘불 중 제작 시기가 가장 이르고, 규모도 가장 크다.

머리에 보관을 쓴 본존이 양손으로 연꽃을 들고 정면을 바라보는 도상으로, 시방제불(十方諸佛·네 방향과 네 모퉁이, 위아래의 모든 부처) 10위와 보살상 5위를 배치했고, 가늘고 날씬한 형상과 굵고 대담한 선의 묘사, 어두운 적색과 녹색 대비, 입체적 음영법이 특징이다.

고창 선운사 참당암 불상은 여말선초(麗末鮮初) 시기 두건을 쓴 지장보살좌상으로, 조형적으로 우수하고 형태가 완벽하며, 불상 아래 대좌는 조성 시기가 명확하지 않으나, 고려시대 특성이 남았다.

이외에도 '도은선생시집 권1∼2', '도기 연유인화문 항아리 일괄',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 '신편유취대동시림 권9∼11, 31∼39', '완주 갈동 출토 동검동과 거푸집 일괄', '완주 갈동 출토 정문경 일괄'을 문화재청이 보물로 지정했다.

도은선생시집은 조선 태종이 1406년 도은(陶隱) 이숭인에게 이조판서를 추증하고, '문충'(文忠)이라는 시호를 내리면서 간행을 명해 제작됐으며, 편집은 변계량, 서문 작성은 권근이 맡았고, 1403년 제작한 금속활자인 계미자로 인출됐다.

5권 분량이며, 보물로 지정 예고된 책은 권1∼2으로, 앞부분이 없어져 권근이 쓴 서문은 말미 4행만 남았고, 주석 없이 원문만 있다.

8세기 같은 공방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도기 연유인화문 항아리는 큰 항아리와 작은 항아리로 구성돼 있고, 납이 든 잿물인 연유(鉛釉)를 사용한 도기로,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인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는 조선 궁중화원 이인문이 완성한 8.5m 길이 두루마리 형식 그림이다.

웅장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상상해 표현했으며, 구성은 심사정이 제작한 촉잔도(蜀棧圖, 보물 제1986호)와 유사하고,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산수 표현과 정교한 세부 묘사가 특징이다.

계명대 동산도서관에 있는 신편유취대동시림은 1542년 무렵 금속활자 '병자자'로 간행한 조선 서적이고, 문신 유희령이 문인들이 남긴 시를 모은 시선집으로, 동일한 판본이 없다.

국립전주박물관에 있는 완주 갈동 유물은 철기시대 유적에서 나왔으며, 모두 기원전 2세기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3년 갈동 1호 토광묘(土壙墓)에서 함께 발견된 석제 거푸집 2점은 종류가 다른데, 한 점은 한쪽 면에만 동검 거푸집을 새겼고, 다른 유물은 양면에 동검과 창인 동과(銅戈) 틀을 만들었다.

2007년 완주 갈동 토광묘 두 곳에서 각각 찾은 정문경 2점도 거푸집처럼 출토 지점과 정황이 뚜렷한 유물로, '다뉴세문경'(잔무늬 청동거울)으로 알려진 정문경은 국내에서 약 60점이 나왔는데, 갈동 정문경은 이전에 국보로 지정된 것보다 제작 시기가 다소 늦지만, 문양이 세밀하고 아름답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