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발부 사유 '도주 우려' 언급 않고 석방
'민노총 위세에 법원이 바짝 엎드렸다'는 평가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위세가 대단하다. 

지난 4월3일 민노총 500여명이 국회 진입을 시도해 철제담장을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경찰을 다치게 했고 취재기자를 폭행했는데 이 폭력시위의 주도자로 꼽히는 김명환 위원장이 구속 6일만에 석방되어 법조계에 논란을 자아내고 있다.

국회 앞 집회에서 불법 폭력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 위원장이 지난 27일 구속적부심에서 오히려 "증거 인멸이나 증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 없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석방 결정을 받아 법조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비록 보증금 1억원 납부를 조건으로 하고 주소지 이전 및 해외여행시 법원 허가를 받고 법원 소환에 응하는 등 조건을 추가해 석방했지만, 이 또한 '민노총 위세에 법원이 바짝 엎드렸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 민노총은 지난해 10월 김천시장실을 이틀간 점거해 농성을 벌인데 이어 11월 대검찰청 내부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올해 3월13일에는 거제시장실에 난입했다./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작년과 올해 수차례 민노총의 폭력시위를 주도했다. 구체적으로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공동주거침입, 일반교통방해,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21일 구속됐다.

당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 또한 "도주 우려가 있다"였지만 남부지법 재판부는 이를 언급하지 않고 오히려 "현행법에 따르면 증거 인멸이나 사건 관련 증인에게 해를 가할 우려가 없으면 보증금을 납입하는 조건으로 석방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곁들여 풀어줬다.

김 위원장은 석방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경이 얼마나 무리하게 민주노총의 비판을 가로막으려 하는지 오늘 확인했다. 이 책임을 분명히 지게 할 것"이라며 협박성 발언을 일삼았다.

앞서 김 위원장의 구속에 항의하는 집회에서 민노총은 "문재인 정권을 끌어내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은 "민주당은 어떻게 집권여당이 됐는지 자각하라"고 호통을 쳐 오만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 현직검사는 28일 미디어펜과의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을 풀어준 남부지법을 향해 "구속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면 법관이 직권으로 피의자를 석방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너무하다"며 "앞서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유에 대한 설명도 석연치 않고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나 대검찰청 등 공공기관을 무단 점거해도, 경찰을 패거나 자신들이 일하는 기업에서 온갖 불법 폭력적인 행패를 부려도 '민노총' 머리띠만 두르면 만사형통인가"라며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도 감방에 보내버린 서슬 퍼런 문재인 정권이지만 민노총은 정권과 법 위에 있는 존재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등법원 한 현직판사 또한 이날 미디어펜의 취재에 "일부 판사들까지 이들의 위세에 휘둘려 그러한 판단을 했다고 믿고 싶지 않다"며 "법을 우습게 아는 민노총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갚을 빚 없다고 선언해 촛불청구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지난 2년 사이(2019년 4월 기준) 민노총 조합원은 30만 명 가까이 늘어 100만 명을 넘어섰다지만 우리나라 근로자 2500만명 중 5%도 채 안되는 숫자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계속해서 촛불청구서를 들이미는 민노총에 대해 정부와 법원이 앞으로도 계속 굴복할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