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0일 TV를 통해 생중계하는 가운데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려다가 일단 무기한 연기했다. 충분한 규제개혁 성과를 보여줄 여건이 된 상황에서 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취지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오후 늦게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당초 20일로 예정됐던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오는 20일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생중계하는 가운데 열기로 했다는 계획을 알린 바 있다. 회의는 당일 민방위훈련 등의 일정을 고려해 3시께 시작할 예정이었다.
이번 회의는 지난 3월20일 박 대통령이 주재한 첫 규제개혁장관회의에 이은 두 번째 회의로 열릴 계획이었다. 또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경제활성화 추진을 역설한 것에 맞춰 청와대가 이달 중 계획한 세 가지 경제 관련 일정 중 하나여서 관심을 모았다.
회의에서는 지난 1차 회의에서 논의된 '손톱 밑 가시' 규제 92건과 건의사항 52건 등에 대한 개혁성과를 점검하고 부처별 신규 개혁과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지난 1차 회의 때에는 이례적으로 장장 7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가 생방송으로 진행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는 불필요한 규제에 대해 비판하는 현장의 목소리와 박 대통령의 질책에 해당 부처 장관들이 쩔쩔 매는 모습들이 그대로 공개되면서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번 2차 회의도 생중계로 진행하기로 한 것 역시 이 같은 1차 회의의 호응이 좋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그간 세월호 참사와 인사정국의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기 내각 출범을 마무리한 만큼 경제활성화와 규제개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준다는 취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날 늦게 청와대는 갑작스레 이 같은 회의 계획을 변경하고 무기한 연기했다.
민 대변인은 같은 문자메시지 공지를 통해 "금번 회의는 (1차 회의)당시 제기됐던 규제들에 대한 처리 결과와 대책들을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상세히 토론하는 자리로 준비하고 있다"며 "국민과 언론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는 내실있는 콘텐츠를 준비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부득이 회의 일정을 늦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정을 연기한 것은 이번 2차 회의에서는 1차 회의에서 제기된 규제개혁 사안과 관련한 충분한 성과를 함께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성과가 미흡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회의 내용을 보여주는 것보다 좀 더 많은 사안들을 해결한 뒤에 회의를 여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기 이유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걸 좀 더 많이 해결해서 보여주자는 것"이라며 "저번에 얘기됐으나 풀지 못한 것들을 풀지 못하고 회의를 해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의를 생중계하기로 한 것을 고려해 회의를 연기한 것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민 대변인은 "생중계는 예전부터 얘기가 나왔던 것"이라며 "생중계 때문에 연기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