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팀 순위 꼴찌에서 허덕이고 있다. 시즌 전 평가에서 못 해도 포스트시즌에는 진출할 것으로, 잘 하면 우승 경쟁까지 가능할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막상 시즌 개막 후 뚜껑을 여니 투타 및 수비 전력 모두 한심한 수준을 보이며 줄곧 하위권에 맴돌더니 최하위로 추락한 후 반등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롯데의 팀 순위보다 더 심각하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사건'이 벌어졌다.

국가대표로 활약할 때 '조선의 4번타자'로 불렸고, 롯데의 '영원한 4번타자'인 이대호가 올스타 팬투표에서 꼴찌를 한 것이다.

KBO는 8일 2019 올스타전에 출전할 베스트 12 명단을 발표했다. 팬 투표와 선수단 투표를 합산해 드림 올스타(SK, 두산, 삼성, 롯데, KT), 나눔 올스타(한화, 키움, KIA, LG, NC)의 올스타전 선발 출전 명단을 확정한 것이다.

롯데는 KIA, 한화에 함께 단 한 명의 베스트 12도 배출하지 못했다. 세 팀 모두 성적이 하위권이고,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 사진=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이대호의 경우 얘기가 좀 다르다. 드림 올스타 지명타자 부문 후보였던 이대호는 팬 투표에서 104,705표를 얻었다. 팬 투표 1위 정의윤(SK)이 받은 398,657표의 4분의 1 수준이다. 선수단 투표를 합산한 종합 점수 1위로 베스트 12에 든 페르난데스(두산)의 357,924표와도 차이가 크다. 러프(삼성)의 228,500표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유한준(kt)의 125,659표보다도 2만표 이상 적었다.

이대호는 선수단 투표에서는 79표로 2위에 해당하는 득표를 했지만, 1위 페르난데스(171표)와 차이가 커 역시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이대호는 지난 시즌까지 9시즌 연속(해외 활약한 2012~2016년 제외) 올스타 베스트에 선정됐다. 2007년과 2011년에는 전체 최다득표에 빛나는 선수였다. 2005년과 2008년에는 올스타전 MVP에 오르기도 했다.

이랬던 이대호가 10시즌 연속 올스타 베스트 선정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드림팀 지명타자 부문 팬투표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다.

물론, 이대호는 올 시즌 방망이가 많이 무뎌졌다. 8일 현재 타율 2할8푼7리에 11홈런 68타점으로 크게 두드러진 성적을 못내고 있다.

하지만 개인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이번 팬 투표에서 최다득표를 한 김현수(LG)가 타율 3할6리에 5홈런, 4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만 이대호보다 조금 앞섰을 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롯데 구단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대호는 오랜 기간 롯데의 간판스타로 군림했다. 롯데는 성적과 크게 상관없이 연고지 부산의 높은 야구열기로 인해 편안하게 인기를 누려왔다.

과거의 일이 됐다. 이번 올스타 팬 투표에서 롯데 팬들이 얼마나 등을 돌렸는지, 이대호의 득표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났다.

팀 성적 꼴찌를 할 수도 있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팬들은 더욱 열광하겠지만, 팀 성적이 나쁘더라도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또는 좋아하는 스타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고 목청을 높인다.

올해 롯데는? 보기만 해도 화가 치솟는 경기 내용이 많았다. 프로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수비 실책이나 폭투 등으로 쉽게 실점하며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친 경우도 많았다. 툭 하면 연패에 빠지면서 선수단의 승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는 팬들이 갈수록 늘어났다.

롯데 팬들이 올스타 팬 투표에서 이대호조차 외면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팬들은 롯데를 향해 '마~'를 외치며 강력한 경고장을 보냈다. 그래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롯데는 성적도 나쁘고 스타도 없는 비인기 구단으로 완전히 전락하고 말 것이다. '프로' 간판을 달고 있는 팀이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해야 될 최고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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