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기업 10곳 중 8곳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관련조치를 이미 했거나 조만간 완료할 것으로 조사됐으나,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선 법보다는 기업문화를 먼저 개선해야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기업 300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기업인식과 대응'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오는 16일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10명 이상 근로자를 둔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취업규칙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 조항 반영 등)과 조치의무(신고자 및 피해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 등)를 부여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조항을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괴롭힘 금지법의 필요성에 공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금지법 시행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87.7%가 '그렇다'고 답했다.
괴롭힘 금지법이 요구하는 조치들을 취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34.6%는 '조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완료 예정'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50.5%였다.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은 44.6%가 '조치 완료', 48.5%가 '조만간 완료 예정'라고 응답했다. 중소기업은 26.3%가 '조치 완료', 53.8%가 '조만간 완료예정', 19.9%는 '조치계획 세우지 못함'이라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조치사항에 대해 기업들은 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취업규칙에 반영'(90.6%)과 '신고‧처리시스템 마련'(76.6%) 뿐만 아니라, '사내교육 시행'(75.4%), '취업규칙 외 예방‧대응규정 마련'(59.8%), '최고경영자 선언'(54.3%), '사내 설문조사 실시'(43.0%), '홍보 및 캠페인 진행'(40.6%) 등 법적 요구 외의 조치도 시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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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상의 CI/사진=대한상공회의소 |
그러나 기업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선 법적 조치보다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기업 95.7%는 '법적 조치보다 기업문화 개선이 우선'이라고 답했고, '법적 조치가 기업문화 개선보다 우선'이라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직장 내 괴롭힘의 주요 원인은 세대 간 인식차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괴롭힘의 주요 원인에는 '직장예절‧개인시간 등에 대한 세대 간 인식차'(35.3%)가 가장 많이 꼽혔다. 그 밖에도 '피라미드형 위계구조'(22.6%), '임직원 간 소통창구의 부재'(17.4%), '직장 내 과도한 실적 경쟁'(9.9%), '획일화를 요구하는 문화'(8.7%), '엄격한 사규의 부재'(5.4%) 등이 차례로 지적됐다.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기업차원의 대응으로 '수평적 문화 도입'(32.1%), '세대‧다양성 이해를 위한 교육'(24.2%), '임직원 간 소통창구 마련'(21.0%), '괴롭힘 관련 사규 마련'(13.2%), '결과‧경쟁 중심 평가제도 개선'(7.6%)을 차례로 꼽았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정착되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모호하게 정의된 법 규정을 명료화시키고, 구체적인 적용사례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괴롭힘 행위에 대한 모호한 정의'를 45.5%로 가장 많이 꼽았고, '참고사례 등 정보 부족'(37.2%), '괴롭힘 행위자의 처벌수위 기준 정립'(24.9%), '전담인력 확충 등 행정적‧금전적 애로'(16.9%), '내부 임직원의 반발'(3.0%)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정부에 바라는 정책과제로는 '모호한 규정들에 대한 정의'(36.5%)가 가장 많았으며, '보다 많은 사례를 담은 사례집 발간'(32.9%), '예방교육 프로그램 운영지원'(26.6%), 'TV 등을 통한 캠페인 및 홍보'(26.6%), '신고‧처리 프로세스 마련을 위한 컨설팅'(19.6%) 등을 꼽았다.
박준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정부가 지난 2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발간했지만 여전히 모호한 규정, 처벌규정 등으로 부작용과 집행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법은 최소한의 보완책일 뿐이며,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조직원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기업문화 개선활동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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