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제로페이로 결제해 월평균 대비 7월 이용 실적 288.6%↑
정부, 제로페이 활성화 위해 예산 관련 편성·집행 기준도 뜯어고쳐
   
▲ 8일 '자상한 프렌즈' 제로페이 상생 프랜차이즈 지정식' 행사 후 김학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과 행사에 참여한 37개 프랜차이즈 관계자들이 전체 기념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제로페이의 확산 추진을 위해 37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제로페이 상생 프랜차이즈'로 지정하고, 공공기관 업무추진비를 제로페이로 결제토록 해 '공무원페이'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민간 결제시장에 정부가 뛰어들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 8일 제로페이 이용을 활성화하고 가맹점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제로페이 가맹 및 홍보를 강화하는 등 '상생과 공존'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중기부는 37개 프랜차이즈에 대해 '자상한 프렌즈'(자(발적) 상(생에 함께)한 프렌즈(프랜차이즈)' 지정식을 진행했다. 해당 프랜차이즈 중에는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이마트24 등 편의점 브랜드와 제빵, 커피, 음식점, 배달업종의 일부 브랜드가 포함됐다.

이 같은 조치의 배경엔 제로페이 실적 부진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20일 도입돼 시행 6개월 가량 된 제로페이는 미디어펜이 취재한 결과 지난달 10일 기준 누적 이용 건수와 액수가 각각 약 59만건/100억337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16억7228만원 가량 이용한 셈이다.

실적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다급해진 정부는 홍보에 열을 올려 지난 4일 누적 기준 82만8000건/148억6000만원이라는 실적을 만들어냈다. 한달 만에 이용실적이 48억2630만원이나 껑충 뛰어 월 평균 대비 3배 가량 늘었다.

이 같이 제로페이 이용실적은 외견상 한달만에 누적 이용 건수 140%, 액수는 148% 수직상승하는 훌륭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면 '치트키'가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정부가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업무추진비를 제로페이로 결제토록 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공기관이 제로페이를 쓸 수 있도록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과 '지방출자출연기관 예산집행기준'을 개정했다. 기획재정부 또한 최근 업무추진비 등을 제로페이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국고금 관리법 시행규칙'을 고쳤다. 세금으로 만든 관제 스타트업을 관련 규정까지 뜯어고쳐가며 세금으로 연명시키는 꼴이다.

실제 서울시내 모 구청 소속 주무관 이모 씨는 "6월 이후부터는 업무추진비를 주로 제로페이로 썼다"며 "시내 각 구청의 부서마다 제로페이 이용 실적 경쟁을 부추긴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제로페이) 이용실적이 저조할 경우 압박해 심적 부담이 생긴다"며 "공무원 복지포인트 5만점을 제로페이로 쓰도록 지침이 내려왔는데, 구청 직원들이 거의 구내식당에서만 쓰고 소상공인들에게는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애 소상공인 살리기가 당초 목표였던 제로페이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해 제로페이가 사실상 공무원페이라고 봐도 무방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은 아무도 안 쓰는 관제 스타트업인 제로페이에 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런 와중에 주무부처인 중기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6개월 만에 가맹점수가 지난 1일 기준 25만2715개를 기록했고, 최근에는 하루 결제 건수가 총 1만건 이상, 금액도 2억원을 상회하는 등 새로운 결제시스템이 정착하기에는 짧은 시간임에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특성상 절대 기업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일 수 없는데 왜 민간 금융산업영역인 결제시장에 뛰어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제로페이는 사회주의로 가는 한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규모면에서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 경쟁에 뛰어들면 민간 사업자들이 다 죽어나간다"며 "경기의 룰을 세팅하고 잘못을 지적해야 할 심판이 선수로 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