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민주주의로 뽑았다는 교육감이 지역 민심이나 유권자 선택을 짓밟고 학생들이 교육받을 자유를 빼앗아도 되는 겁니까. 자신의 편향적이고 주관적인 평등주의(?) 가치관에 근거해 이렇게 할거면 직선제로 왜 뽑은 겁니까."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의 '지정 취소' 날벼락을 맞은 서울 지역 자사고의 한 학부모는 미디어펜의 취재에 하소연했다.
그는 "이번에 함께 지정 취소된 학교들 위치를 따져보면 강남권 등 소위 8학군이 아니라 대부분 멀리 있는 다른 지역"이라며 "평등을 추구하겠다면서 오히려 학부모들의 학군 쏠림 현상을 부추기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학구열을 인위적으로 막겠다는 공산주의식 사고방식"이라고 밝혔다.
자기 자식 두 아들을 외국어고에 보내놓고 외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에 앞장서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지역 자사고 13곳 중 8곳의 무더기 탈락을 결정하자,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앞서 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후 지난 12년간 정착해 호성적을 거두던 자사고의 학부모와 학생들, 교사들은 격앙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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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정부 당시 획일적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나 우수한 인재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자사고 체제가 문재인정부 출범과 좌파 교육감들의 득세로 큰 위기를 맞았다./사진=연합뉴스 |
이번 자사고 '지정 취소' 대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평가의 부조리다. 각 광역 시도 교육청별로 미시적인 차이는 있지만, 항목별 세부지표 점수를 알리지 않고 심사에 참여한 평가위원 명단도 최종결론까지 공개를 미뤘다.
전북 전주 상산고(79.61점)의 경우 타지역 자사고보다 고득점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은 통과 기준점수(80점)를 제시한 전북도교육청의 방침에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깜깜이 평가와 심사 불공정 논란에 행정소송 등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자사고가 아닌) 한 경기지역 사립고등학교 교장은 10일 미디어펜과의 전화통화에서 "교육계 일각에서는 자기 지역구에서 교육대통령이나 마찬가지인 교육감을 선출하는 직선제에 대해 회의론까지 나온다"며 "선거 유세과정에서 그토록 공교육 강화를 외치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후, 특목고 자사고라는 선별된 공교육 경쟁력을 해치는 짓을 버젓이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 나라 교육에 자유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학생의 학습권과 학교 선택권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시키는대로 찍어내기식 '하향 평준화' 공교육만 받으라는 조선 양반식 사고방식이 교육감과 교육당국의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지정 취소' 발표를 계기로 올해 중앙고 등 서울 8개교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총 11곳이 지정 취소 위기에 놓이게 됐다.
경기 지역에서는 안산동산고, 부산에서는 해운대고, 전북에서는 상산고가 지정 취소 결과를 받았다.
최종적인 칼자루는 교육부가 쥔다. 각 시도교육청이 청문절차를 완료한 뒤 지정 취소 동의를 요청하면, 교육부는 법령에 의거한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달중 유은혜 교육부장관 주재로 꾸려지는 지정위원회가 교육감들의 '자사고 죽이기'에 동의하고 나서, '중등교육의 자유'를 없애버릴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