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지난 1일 일본이 발표한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대하는 여야 정치권의 화법은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여야 모두 일본의 책임론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대응 방식에서는 강경론과 신중론으로 갈리는 모양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일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이달 중 초당적 방일단을 구성,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지난 8일 국회에서 회동한 뒤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 차원의 결의안도 오는 18·19일 본회의 중 처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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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측은 박광온 최고위원/더불어민주당 |
◇‘강경 일변도’ 민주당, 역풍 우려도
정당별로도 대응책 마련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경제보복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민주당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특위 위원장은 4선 중진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최재성 의원이 맡았다. 정부·청와대가 외교적 민감성을 이유로 강경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경우 당이 이를 보완하겠다는 게 특위에 대한 민주당의 설명이다. 즉, ‘센 목소리’는 당이 대신 내겠다는 의도다.
그래서인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말본새는 수위가 높다. “일본의 보복은 단순 경제전쟁이 아닌 ‘경제침략’”(최재성 의원, 7일 중앙일보 보도), “아베 정권은 대한민국이 대북 제재를 소홀히 하는 것처럼 ‘대북팔이·안보팔이’를 한다”(박광온 최고위원, 8일 최고위원회의), “일본의 경제보복은 국제법·자유무역 질서를 위배하는 무도한 ‘경제테러’”(조정식 정책위의장, 9일 원내대책회의)
문제는 이러한 강경한 발언이 일본 정부를 자극해 되레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일본은 오는 15·18·21일 중 추가 수출규제를 발표할 시점을 재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규제와 관련해 양국 간 성의있는 협의를 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도 사실상 거부한 상태다.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실질적인 피해자는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라는 점에서 우려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대응 양상이 내년 총선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기저에 깔린 ‘친일 프레임’을 부각하기 위해 반일감정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야권 관계자는 “일본에 대해 곱지 않은 국민 정서를 정치적으로 적극 이용할 수 있는 게 현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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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에 관한 긴급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자유한국당 |
◇‘신중한 대응’ 한국당, 공세 기회로
반대로 한국당은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면서도 감정적 대응은 자제하자는 기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수출규제에 대한 이유로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언급하자 나경원 원내대표가 “근거 없는 발언에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정치권마저 감정에 휩쓸리면 국익은 추락한다.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는대로 의회채널로 교류를 하겠다”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미숙한 외교능력을 질타하는 기회로도 삼는 모습이다. 유기준 의원은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근 일본 수출규제) 이전에 이런 조치를 예단하게 하는 일들이 있었다. 작년 11월 초 일본에서 에칭가스를 3일 동안 수출 중단한 적이 있었다”며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었느냐”고 이낙연 국무총리를 몰아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