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방미 중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백악관과 미 의회 인사에 이어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회동했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광폭 행보를 보이는 김 2차장이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고 미국의 중재 역할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기자들을 만난 김 2차장은 “미 고위관리가 아시아 쪽으로 출장을 가는데 이 계기로 한미일 3국의 고위급 관리들이 모여 회담을 하려고 한다”며 “한미가 적극적인데 반해 일본은 답도 없고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발언했다.

김 2차장은 아시아로 가는 미국 고위관리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11일부터 아시아국가를 방문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틸웰 차관보는 일본에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머무르고 15일 필리핀을 거쳐 17일 방한한다. 이후 태국을 들러 귀국할 예정이다. 이 일정에 따라 만약 한미일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면 우리정부 고위인사가 일본을 방문하거나 17일 일본측 고위인사가 한국에 오는 방법이 있다.

김 차장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미국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악화일로를 걷는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고,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국내산업에도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김 2차장의 입장에 공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도 같은 날 한미일 3개국의 관계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무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전화통화 내용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전념, 한미일 3자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모건 오테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일본과 한국은 친구들일뿐 아니라 동맹들”이라며 미국과 국무부는 3국의 양자간, 3자간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나 막후에서나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정부가 한일 갈등에 대한 중재 역할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중재 노력이 이뤄진다면 내달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 한미일 3자 회동이 성사되고, 이를 통해 수출규제 조치를 포함한 한일 간 현안을 협의하는 단초를 마련할 수도 있다.

김 2차장은 12일에는 다시 백악관을 찾아 찰스 쿠퍼만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을 만나 일본 문제와 함께 북핵 공조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우리가 지금 답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해 현재 미국이 북미 실무협상의 시기와 장소 등을 제안하고 북측의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이와 관련해 “어젠다를 어떻게 하고, 엔드 스테이트(최종 목표)가 어떻게 될 것인가와 같은 이슈에 대해 미국의 생각을 자세히 들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전면 폐기하고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동결한다면 미국이 12~18개월 동안 석탄과 섬유수출에 대한 제재를 유예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는 일부 국내 언론 보도에 대한 질문에는 “코멘트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스티브 비건 대북 특별대표와 그것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그는 그것(제재완화 검토)를 단호하게 부인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비건 대표)는 그 보도는 완전히 거짓이며, 진실은 담겨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 2차장과 함께 방미한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현안 담당국장은 마크 내퍼 동아태 부차관보와의 면담했다. 내퍼 부차관보와 회동을 마친 김 국장은 기자들과 만나 “일본 수출 강화 조치 가져올 문제점 충분히 논의했다”며 “한미가 모두 중요한 동맹이고 양국 갈등이 미국에게도 결코 좋지 않은 만큼 미국 측이 큰 관심을 표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이에 앞서 롤런드 드 마셀러스 국무국제금융개발 부차관보와는 한미 고위급 경제 대화를 위한 국장급 협의를 열고 일본 측 조치의 문제점과 영향에 대해서 설명했다”면서 “미국 측이 이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