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양승동 KBS 사장은 18일 입장문을 내어 오는 19일로 예정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지난 16일 ‘문자메시지’ 불출석 통보 이후 두 번째다. 혈세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사장이 국회 출석에 응하지 않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19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양 사장을 상대로 ‘시사기획 창-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 청와대 외압 의혹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 사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KBS 사장 출석은 지난번(16일)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어려움을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
|
|
|
▲ 양승동 KBS 사장./연합뉴스 |
양 사장은 “국회에서는 사회의 부조리나 권력을 감시하는 프로그램인 ‘시사기획 창’이 청와대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를 청문하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국회 출석 여부와 관련해서는 “방송법이나 다른 법률이 규정돼 있는 ‘정당한 절차와 방식’을 따르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방송법 제4조에 규정된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언급한 대목이다.
양 사장은 “청와대로부터 어떤 부당한 간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도 재차 주장했다. 16일 과방위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불출석 당시 “자유한국당 과방위원들이 윗선의 지시나 청와대 압력 등을 언급한 것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되레 국회에 △국정감사·결산심사를 통한 경영활동 감시 △법·제도 개선 등을 역제안하기도 했다.
양 사장은 “‘시사기획 창’과 관련해 제작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검증은 물론 편성규약에 따른 노사간 공정방송위원회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조속한 절차를 마쳐 그 결과를 상세하게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며 제작진이나 책임자들에게서 문제가 드러나면 합당한 조처들이 취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사장이 국회에 불출석하기로 하자 KBS 공영노동조합은 규탄 성명서를 냈다. 소관 상임위원회 여야 간사가 합의한 출석 요구를 피감기관장이 불복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양 사장은 무엇이 두려워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출석을 두려워한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공영노조는 특히 “양 사장은 KBS의 현 상황과 관련해 국민 앞에서 설명하고 해명해야 할 일이 많다”며 “KBS 수장으로서 청와대의 ‘보도외압 의혹’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KBS가 문재인 정권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찬양하는 등 편파·왜곡 보도를 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서 사과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진실과미래위원회’ 조사를 통해 전임 보도국장을 해임하고, 보도국 간부 3명에 대해 정직을 내리는 등 모두 17명을 징계한 사유도 설명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지난해 500억 원이 넘는 적자에 이어 올해는 1000억 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경영 참사도 해명해야 한다. 취임 후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회사를 거의 파산 지경으로 몰아간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 사장은 당장 국회로 나와라. 더 이상 특정 노조 뒤에 숨지 말고 국민 앞에 나와 해명하라”며 “KBS는 문재인 정권의 방송이 아니라 국민의 방송”이라고 강조했다.